브룩 헨더슨이 13일 열린 KPMG위민스PGA챔피언십에서 연장전 끝에 우승을 차지한 뒤 준우승한 리디아 고의 축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브룩 헨더슨이 13일 열린 KPMG위민스PGA챔피언십에서 연장전 끝에 우승을 차지한 뒤 준우승한 리디아 고의 축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인근의 사할리CC(파71·6624야드)에는 8000여그루의 아름드리 침엽수가 숲을 이루고 있다. 거목 사이로 형성된 페어웨이가 좁아 대부분의 선수가 드라이버 대신 우드나 2번 아이언을 잡는다. “톱으로 나무를 솎아내고 싶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만 18세의 캐나다 ‘골프 신동’ 브룩 헨더슨은 13일(한국시간) 이곳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두 번째 메이저대회인 KPMG위민스PGA챔피언십(총상금 350만달러·41억원) 최종 4라운드에서 겁없는 드라이버샷을 날렸다. 그의 이날 평균 비거리는 283.50야드로, ‘괴력의 장타자’ 에리야 쭈타누깐(285.50야드)과 맞먹었다. 페어웨이 안착률은 57%였지만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헨더슨은 공을 되도록 멀리 보낸 뒤 정교한 아이언샷으로 그린을 공략했다. 그린 적중률이 77.8%에 달했다.

퍼팅 감각도 절정이었다. 11번홀(파5)에선 그린 밖에서 30m짜리 퍼팅을 시도해 이글을 잡는 명장면을 연출했다. 이글 1개, 버디 4개로 보기 없이 6타를 줄인 헨더슨은 최종합계 6언더파 278타를 기록했다. 이날 4타를 줄인 단독 선두 리디아 고(19·뉴질랜드)와 동타를 이뤄 연장전으로 끌고 들어갔다. 헨더슨은 18번홀(파4)에서 이어진 연장전에서도 망설임 없이 호쾌한 드라이버샷을 날렸다. 아이언샷으로 컵 1m 옆에 공을 붙여 버디를 낚았고, 파에 그친 리디아 고를 제치고 우승컵을 안았다. 리디아 고는 LPGA투어에서 이번까지 네 차례 연장전에 나서 처음 패했다.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한 헨더슨은 LPGA투어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1997년 9월10일생인 헨더슨은 만 18세9개월2일의 나이로 이 대회 최연소 우승 기록을 새로 썼다.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의 메이저대회 3회 연속 우승도 저지했다. LPGA투어 통산 2승을 거둔 헨더슨은 이번 대회에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박인비(28·KB금융그룹)를 제치고 세계랭킹 2위를 차지하며 리디아 고의 강력한 대항마로 떠올랐다.

3개 대회 연승 행진을 벌인 쭈타누깐은 이번 대회에서도 5언더파 279타로 3위에 올랐다. 한국 선수 중 이미림(26·NH투자증권) 박희영(27) 유소연(26·하나금융그룹)이 추격에 나섰지만 나란히 공동 4위(2언더파 282타)에 머물렀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