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전설의 포옹 > 아시아인 두 번째로 10일 LPGA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박인비(오른쪽)가 KPMG위민스PGA챔피언십 1라운드를 마친 뒤 명예의 전당 선배인 박세리(왼쪽)의 축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 두 전설의 포옹 > 아시아인 두 번째로 10일 LPGA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박인비(오른쪽)가 KPMG위민스PGA챔피언십 1라운드를 마친 뒤 명예의 전당 선배인 박세리(왼쪽)의 축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골프 여제’ 박인비(28·KB금융그룹)가 ‘전설’ 반열에 올라섰다. 초등학교 4학년이던 1998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US여자오픈에서 투혼의 ‘맨발 샷’을 날린 ‘우상’ 박세리(39·하나금융그룹)를 보고 꿈을 키운 지 18년 만이다.

女帝에서 살아있는 ‘전설’로

박인비는 10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의 사할리GC(파71·6624야드)에서 열린 KPMG위민스PGA 챔피언십 1라운드를 마친 뒤 ‘명예의 전당’ 입회를 확정했다. 입회에 필요한 27포인트와 활동기간 10년(1년에 10개 대회 이상 출전) 기준을 모두 충족했다. 2007년 박세리에 이어 아시아인으로는 두 번째다. LPGA 역대 최연소(27세10개월28일) 입회 기록도 세웠다. 박인비는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며 “많은 분의 관심 덕분에 꿈을 이룰 수 있었다”고 감격해했다.

박인비는 18번홀을 마친 뒤 남편 남기협 씨(35) 등 가족과 박세리,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 줄리 잉스터(미국), 카리 웹(호주) 등 명예의 전당 선배들의 축하를 받았다.
전설이 된 '세리 키드'…박인비, 최연소 '명예의 전당' 입성
골프 명예의 전당 가입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1950년 LPGA 창립 이후 박인비를 포함해 25명만이 영예를 안았다. 한때 세계 무대를 호령한 로라 데이비스(영국),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청야니(대만)에게는 여전히 못 다 이룬 꿈이다.

박인비는 2점이 배정된 메이저 대회 7승(14점)과 1점인 일반 대회 10승(10점)을 올려 우승포인트 24점을 받았다. 여기에 2013년 ‘올해의 선수상’을 받아 1점을 보탰고, 2012년과 2015년 ‘베어트로피상’(최저 평균 타수상) 두 차례 수상으로 나머지 2점을 채워 꿈을 완성했다.

박인비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골프를 포기하려 했을 정도로 지독한 슬럼프에 시달렸다.

올해 들어서는 허리와 손가락 부상으로 한 라운드에서 84타를 치는 등 고전하고 있다. 박인비는 “그간 더 힘든 시기도 있었는데 이것 하나 못 이겨내느냐고 다그치면서 나 자신을 믿었다”고 말했다.

“손가락 통증 없이 경기 끝내 다행”

단일 메이저 대회 4연패라는 새로운 도전도 순항 중이다. 이날 그는 버디 3개와 보기 4개를 묶어 1오버파 72타를 쳤다. 단독 선두 브룩 헨더슨(캐나다)에게 5타 뒤진 공동 20위다. 헨더슨이 13번홀(파3)에서 행운의 홀인원을 터뜨린 것을 감안하면 넘어설 수 없는 타수는 아니다. 이날 선수들은 키 큰 아름드리 나무와 깊은 러프, 빠른 그린 등 까다로운 코스에 고전했다. 언더파를 친 선수가 9명에 불과했다. 박인비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각각 다른 골프장에서 치른 이 대회를 모두 제패했다. 올해 대회까지 제패하면 LPGA 사상 최초의 4연패 대기록을 남긴다.

전반에는 2번홀(파5)과 6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낸 덕에 공동 2위까지 치고 나갔다. 8번홀(파4)과 9번홀(파3)에서 보기와 버디를 맞바꾼 박인비는 후반 들어 손가락 부상이 아직 다 낫지 않은 듯 아이언 샷이 자주 왼쪽으로 감겼다. 2번홀(파4), 14번홀(파4), 18번홀(파4)에서 벙커와 러프에 공이 빠지면서 3타를 잃었다. 박인비는 “손가락 통증 없이 경기를 끝낸 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김인경(28·한화)이 2언더파 공동 2위, 박희영(27)이 1언더파 공동 4위에 이름을 올리는 등 ‘노장’들의 분전이 돋보였다. 같은 조로 티오프해 구름 같은 갤러리를 몰고다닌 전인지(22·하이트진로)와 장하나(24·BC카드)는 각각 이븐파와 3오버파를 쳐 공동 10위와 공동 49위로 무난하게 출발했다. 전인지와 장하나는 티오프 전 이야기를 나누는 등 지난 3월 벌어진 ‘가방 사건’의 후유증을 어느 정도 털어낸 듯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