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KLPGA투어 롯데칸타타여자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박성원이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KLPGA 제공
5일 KLPGA투어 롯데칸타타여자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박성원이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KLPGA 제공
제주도의 강풍보다 박성원(23·금성침대)의 무명 돌풍이 더 거셌다. 박성원이 5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스카이힐CC(파72·6187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롯데칸타타여자오픈(총상금 6억원) 최종 3라운드에서 프로 데뷔 후 첫 승을 기록했다. 퀄리파잉(예선전)을 거쳐 참가한 선수가 우승을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성원은 이날 경기에서 펄펄 날았다. 시원한 장타와 안정적인 아이언샷, 정교한 퍼팅으로 신들린 듯 타수를 줄이며 ‘신데렐라 스토리’를 완성했다. 최종합계 16언더파 200타. 2위 하민송(20·롯데)과 5타 차 우승이었다.

박성원은 선두에 1타 뒤진 단독 2위(8언더파 136타)로 출발했다. 선두는 동갑내기 ‘절친’ 정다희(23·SG골프)였다. 오전 11시40분 한 조를 이뤄 출발한 두 선수 중 경기를 휘어잡은 이는 박성원이었다. 그는 2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으며 1번홀(파4)에서 보기를 범한 정다희를 제치고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3번홀(파4)에서도 연속 버디를 잡은 박성원은 5, 6번홀과 9번홀에서도 버디를 낚으며 13언더파로 전반전을 마감했다.

박성원과 정다희는 전날 2라운드 경기가 끝난 뒤 “떨려서 한잠도 못 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성원은 숙면을 취한 듯 부드러운 스윙으로 경기를 이끌어갔다. 10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한 뒤에는 카메라를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드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정다희는 긴장한 듯 10번홀에서 보기를 범해 선두 경쟁에서 멀어져갔다.

추격자는 이 대회 1라운드 선두 하민송이었다. 그는 1, 2번홀과 3, 4, 5번홀에서 버디를 잡으며 박성원에 1타 차까지 따라붙기도 했다. 하지만 7번홀(파4) 버디 실패와 8번홀(파3) 보기 후 자신감을 잃은 듯 후반전에서 2타를 줄이는 데 그쳤다.

박성원은 후반전 때도 10, 11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으며 경쟁자들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그는 이날 그린을 13번홀(파4)에서 단 한 번 놓쳤다. 이마저도 그린 끝 부분에 공이 살짝 걸쳐 퍼팅이 가능했다. 후반전에는 안정적으로 타수를 지키는 데 집중했다. 12번홀부터 17번홀까지 모두 파 세이브를 했다.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버디 퍼팅을 성공시키며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날 코스레코드 타이기록(8언더파)도 작성했다.

이전까지 박성원의 최고 성적은 지난해 금호타이어오픈에서 기록한 12위였다. 지난해 상금랭킹 91위에 그치고, 시드전에서 54위로 부진하던 그는 이번 대회도 퀄리파잉을 통과해 출전권을 겨우 얻었다. 이번 대회 깜짝 우승으로 박성원은 조정민(22·문영그룹)과 장수연(22·롯데), 김해림(27·롯데), 배선우(22·삼천리)에 이어 올 시즌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다섯 번째 주인공이 됐다.

박성원은 올 시즌 4승으로 독주하고 있는 ‘남달라’ 박성현(23·넵스)과도 친구다. 박성현은 작년 이 대회에서 준우승하며 본격적인 우승 행진의 발판을 마련했다. 박성원도 이 대회를 통해 자신의 골프 경력에 큰 전환점을 맞게 됐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2018년까지 KLPGA투어 출전 자격을 획득했고, 내년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롯데챔피언십 출전권도 얻었다. 이번 대회 우승 상금은 1억2000만원. 박성원이 프로 데뷔 후 지금까지 벌어들인 상금(3800만원)의 3.2배다.

제주=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