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사상 가장 놀라운 무명 반란이 완성됐다.

올해 2년째 KLPGA 투어를 뛰고 있는 박성원(23·금성침대)은 5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 스카이힐 골프장(파72·6천187야드)에서 열린 KLPGA 투어 롯데칸타타여자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8언더파 64타를 쳐 최종 합계 16언더파 200타로 정상에 올랐다.

보기 하나 없는 무결점 플레이에 2위 하민송(20·롯데)을 5타차로 따돌린 완승이었다.

박성원은 이번 대회 우승 전까지는 웬만한 골프팬은 이름조차 생소한 철저한 무명이었다.

또래 선수보다 늦은 작년에 KLPGA 투어 무대를 밟았지만 25차례 대회에서 톱10은 한번 뿐이었고 벌어들인 상금은 3천134만원에 그쳤다.

상금순위 91위에 머문 그는 시드전을 다시 치렀으나 54위로 부진했다.

박성원의 투어 2년차는 투어 대회 가운데 상당수 대회는 출전할 수 없는 조건부 출전권자로 시작했다.

롯데칸타타여자오픈에 앞서 열린 이번 시즌 투어 대회 11개 가운데 5개 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그나마 3차례는 컷을 통과하지 못했다.

출전 대회수가 너무 적어서 평균타수를 비롯한 각종 기록 순위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신세였다.

롯데칸타타 여자오픈도 출전 자격에 미달했지만 예선전 11위로 간신히 출전권을 땄다.

KLPGA 투어가 투어의 틀이 잡힌 이래 예선을 거쳐 출전한 선수가 우승한 사례는 박성원이 처음이다.

박성원은 이번 우승으로 우승 상금 1억2천만원을 받아 지금까지 번 생애 총상금의 3배를 한꺼번에서 챙겼다.

박성원은 또 올해 KLPGA 투어 대회 출전권과 함께 내년과 2018년 전 경기 출전권을 손에 넣었다.

사실상 3년 동안 출전권 걱정이 사라진 셈이다.

내년에 하와이에서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 출전권도 받아 또 한차례 신데렐라 스토리를 쓸 기회도 얻었다.

정다희(23·SG골프)에 1타 뒤진 단독 2위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박성원은 "난생처음 투어 대회 최종 라운드 챔피언조 경기라 한잠도 못 잘 것 같다"고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지만 뜻밖에도 완벽한 경기를 펼쳤다.

부드러운 템포의 스윙은 한 치의 흔들림이 없어 그린을 놓친 건 딱 한 번 뿐이었고 퍼팅도 늘 홀을 지나갈 만큼 자신감이 넘쳤다.

무명 선수가 우승 기회가 왔을 때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해 보이는 초조함이나 긴장감도 찾아볼 수 없었다.

박성원은 "우승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기에 얼떨떨하다"면서 "다음 우승은 생각도 않겠다"고 말했다.

2번(파4), 3번홀(파4) 연속 버디를 때리며 초반부터 치고 나간 박성원은 5번(파3), 6번홀(파4)에서도 연속버디를 잡아내 추격권에서 멀찍이 벗어났다.

하민송이 6번홀까지 버디 5개를 뽑아내며 한때 3타차 까지 따라 붙었지만 박성원은 9번(파5), 10번(파4), 11번홀(파4)에서 줄버디를 엮어 6타차 선두로 달아나면서 일찌감치 사실상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작년 보그너·MBN 여자오픈 우승에 이어 생애 두번째 우승에 도전한 하민송은 버디 7개를 뽑아내며 6타를 줄이며 추격에 나섰지만 박성원의 질주를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8언더파 64타를 몰아친 이승현(25·NH투자증권)과 5타를 줄인 고진영(21·넵스)이 9언더파 207타로 공동3위를 차지했다.

박성원에 1타 뒤진 채 최종 라운드에 나선 정다희는 난생처음 겪는 챔피언조 경기의 압박감에 1오버파 73타로 부진했다.

정다희는 공동5위(8언더파 208타)에 올라 투어 데뷔 이후 처음으로 톱10에 입상한 데 만족해야 했다.

첫날 2오버파 74타를 쳐 컷 탈락 위기에 몰렸던 '장타여왕' 박성현(23·넵스)은 이글 1개와 버디 3개를 묶어 5언더파 67타를 때린 끝에 공동20위(3언더파 213타)로 올라서는 저력을 보였다.

박성현은 "대회 마지막 날에 샷 감각이 최고조에 올라와 아쉽기도 하지만 다행"이라면서 "다음 대회에서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서귀포연합뉴스) 권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