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패 충격 극복하지 못하면 체코전도 힘들어질 듯

20년 만의 최다실점이라는 참사 앞에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경기장을 나서는 선수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숙였다.

1일(이하 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레드불 아레나에서 열린 스페인과의 친선 경기가 끝난 뒤 대표팀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초상집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상기된 표정으로 "유럽 강팀과의 평가전이 필요하다고 내가 요청해서 오늘 경기가 이뤄졌지만 이렇게 큰 차이가 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상대 팀에 대한 분석과 대비가 부족했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혹시 감독의 책임이라고 말하고 싶으면 그렇게 말해도 문제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럽 모의고사 1교시' 상대였던 스페인에 대패한 슈틸리케 감독은 5일 체코와 만난다.

체코는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29위에 올라 있는 강팀이다.

특히 홈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스페인에 대패한 슈틸리케호로서는 연패를 걱정해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선수들이 20년 만의 최다실점이라는 참사 이후 위축된 나머지 평소 실력도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선수들은 경기가 끝나기도 전부터 스스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수비수 윤석영도 경기 후 "심리적으로 무너진 것 같다"며 "강팀을 상대로 선제골을 내주고 나서 흔들렸다.

우리가 급했고 우리만의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만약 이 같은 분위기가 체코전까지 이어진다면 현실적으로 선전을 기대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슈틸리케 감독도 선수단의 분위기를 추스르는 데 집중할 전망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체코전 전망과 관련, "정신적인 부분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