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통증에 시달리고 있는 박인비가 26일(현지시간)  볼빅챔피언십 1라운드 7번홀에서 아이언 티샷을 한 뒤 공의 궤적을 바라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손가락 통증에 시달리고 있는 박인비가 26일(현지시간) 볼빅챔피언십 1라운드 7번홀에서 아이언 티샷을 한 뒤 공의 궤적을 바라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골프 여제’ 박인비(28·KB금융그룹)의 부진이 심상찮다. 허리 부상을 털어내는가 싶더니 이번엔 손가락이 말썽이다. 통증이 가라앉지 않아 벌써 2개 대회 연속 기권을 했다.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올림픽 출전도 불투명해질 판이다. 반면 ‘K골프의 저격수’ 에리야 쭈타누깐(20·태국)은 봇물이 터졌다. 2개 대회 연속 제패에 이어 3연승까지 줄달음칠 기세다.

○악! ‘퀸튜플보기’…84타 최악 스코어

박인비는 27일(한국시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볼빅챔피언십(총상금 130만달러) 1라운드에서 12오버파 84타를 쳤다. 거의 매 홀에서 타수를 잃었다. 보기 8개, 더블보기 1개를 줄줄이 쏟아냈다. 10번홀에서는 퀸튜플 보기(5오버파)까지 범했다. 드라이버 티샷이 OB가 나자 다시 친 3번 우드 티샷마저 OB 구역으로 날아갔다. 백스윙, 다운스윙, 릴리스가 한꺼번에 엉키면서 공이 방향성을 잃었다.

그는 프로 무대 데뷔 이후 한 번도 두 자릿수 오버파를 친 적이 없다. 2009년 6월 웨그먼스 LPGA 4라운드에서 기록한 9오버파 81타가 최악의 기록이었다. 박인비는 “손가락 통증을 피하기 위해 몸이 자동적으로 반응하다 보니 스윙이 이상해졌다”고 털어놨다. 박인비는 1라운드 직후 기권했다. 지난주 킹스밀챔피언십에 이어 2주 연속 기권이다.

박인비는 지난해 LPGA 통산 17승(메이저 7승 포함)을 쌓으며 명예의 전당 입회 조건을 충족시켰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가파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 1월 퓨어실크바하마클래식을 허리 통증으로 기권한 데 이어 4월엔 왼쪽 엄지손가락 부상으로 한 달을 쉬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형외과 전문의는 “왼쪽 엄지손가락은 백스윙 톱에서 클럽의 무게를 받아내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쉽게 낫지 않는 부위”라며 “최소한 두세 달은 골프채를 놓고 쉬어도 회복이 될까 말까 한 부상인데 명예의 전당 입회조건 충족을 의식해 무리하게 대회 복귀를 강행한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K골프’의 올림픽 메달 전선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박인비는 오는 8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다. 하지만 현재의 몸 상태로는 출전 자체가 불투명하다. 심리적 부담은 더 큰 걱정이다. 박인비는 “필드에서 자신감을 잃을까봐 걱정된다”고 했다.

○크리스티나 김·쭈타누깐 우승 경쟁

악! 84타…'부상 병동' 박인비 또 털썩
쭈타누깐은 하늘을 찌를 기세다. 보기 없이 7언더파를 치는 무결점 경기를 펼쳐 보였다. 단독 2위에 올랐지만 모처럼 단독선두(8언더파)에 나선 크리스티나 김(32·한국 이름 김초롱)보다 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3개 대회 연속 우승을 가시권에 뒀기 때문이다. 그는 앞서 열린 요코하마타이어클래식과 킹스밀챔피언십을 잇달아 제패했다.

샷이 빼어났다. 드라이버를 아예 빼놓고 나온 그는 3번 우드와 2번 아이언으로 주로 티샷했다. 그러면서도 평균 비거리 255야드를 찍었다. 페어웨이 적중률 86%, 그린 적중률 94%를 기록할 정도로 샷 정확성도 높았다.

쭈타누깐은 “편안하게 쳤고 퍼팅이 잘됐다. 남은 라운드를 부담 없이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쭈타누깐과 친자매처럼 가까운 크리스티나 김도 “쭈타누깐은 껍질을 깨고 나오기만 하면 되는 무서운 선수였다”며 “그의 진짜 실력을 앞으로 자주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크리스티나 김은 지난해 루키 쭈타누깐이 10개 대회 연속 예선 탈락 등 부진을 면치 못하자 직접 찾아가 “포기하지 말라”고 격려해주면서 절친이 됐다.

공동 3위 이민지(호주)와 유소연(26·하나금융그룹) 등 한국계가 쭈타누깐을 뒤쫓고 있지만 3타 차 간격을 뒤집기가 쉽지 않다. 어려웠던 시기에 가까워진 두 절친이 우승컵을 놓고 다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