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이 19일 열린 두산매치플레이챔피언십 64강전 5번홀에서 티샷을 날리고 있다. KLPGA  제공
박성현이 19일 열린 두산매치플레이챔피언십 64강전 5번홀에서 티샷을 날리고 있다. KLPGA 제공
매치플레이의 묘미는 이변이다. 강력한 우승 후보들이 초반에 우수수 탈락하는 짜릿한 반전에 갤러리들은 열광하기 마련이다. ‘1 대 1 맞짱 승부에선 기량보다 멘탈이 전부’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컨시드(일명 오케이)’를 놓고 벌이는 치열한 심리전이 승패를 뒤집기 일쑤다. 19일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두산매치플레이챔피언십에서도 이변이 속출했다.

○상위 시드 우수수 탈락

첫 번째 이변의 주인공은 ‘노장’ 홍란(30·삼천리)이다. 홍란은 이날 강원 춘천 라데나CC에서 열린 대회 첫날 64강전에서 통산 8승의 이정민(24·비씨카드)을 잡고 32강에 진출했다. 5홀을 남겨 놓고 6홀에서 승리(6&5)해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후보 한 명을 초반에 돌려세웠다.

첫 홀부터 버디를 잡아내는 등 홍란의 중장거리 퍼팅은 홀컵을 찾아 들어갔다. 지독한 비염과 감기 증세에 시달리던 이정민은 초반 탈락이라는 이변의 첫 희생자가 됐다. 홍란은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상대방을 이기기도 하고, 100% 이길 것 같은 상대방에게 지기도 하는 등 승부를 예측하기 힘들다는 게 매치플레이의 매력”이라며 “상대방을 의식하지 않고 내 페이스대로 경기한 게 좋은 결과로 나타난 것 같다”고 말했다. 올 시즌 상금 순위 36위인 홍란은 지난주 열린 NH투자증권레이디스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공동선두에 올라서는 등 상승세를 보여왔다. 그는 “지난해 성적이 너무 안 좋아서 각오를 새롭게 다졌다”며 “퍼팅을 집중적으로 연습했는데, 기회를 많이 잡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홍란은 9년 연속 이 대회에 출전했다.

지난해 루키와 올해 루키의 대결로 관심을 모은 지한솔(20·호반건설)과 이소영(19·롯데)의 맞대결은 이소영의 압승으로 결론났다. 1번, 3번, 5번, 7번홀 등 징검다리 버디를 뽑아내며 기세를 올린 이소영은 8번과 11번홀에서도 버디를 추가하며 버디 1개를 잡는 데 그친 지한솔을 6&5로 제압했다. 국가대표 출신 이소영은 올해 초 선수 설문에서 ‘올해 신인왕을 받을 것 같은 선수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무명 최가람(24)은 작년 상금랭킹 3위 조윤지(25·NH투자증권)를 3홀 차로 따돌리는 파란을 일으켰다.

○박주영 잡은 박성현 “매치퀸 간다”

반면 박성현(23·넵스)은 ‘이변’을 거부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돌아온 박주영(26·호반건설)을 맞아 2홀을 남겨놓고 3홀차로 승리했다. 초반 승부에선 이변이 연출되는 듯했다. 박주영이 5번홀까지 한 홀을 앞섰다. 박성현의 세컨드샷이 우측으로 밀리는 생크가 난 것. 이후 박성현이 파를 잡으면 박주영도 파를 잡았고, 버디를 잡으면 박주영도 버디를 뽑아내는 등 안갯속 승부가 이어졌다.

승부가 기울기 시작한 것은 6번홀부터다. 장타를 앞세운 박성현이 버디를 뽑아낸 데 반해 박주영은 파를 지키는 데 그쳤다. 박성현은 4개의 파5홀 가운데 2개 홀을 따냈다. 후반에는 아이언까지 불을 뿜었다. 16번홀에서 세컨드샷을 홀컵 옆에 붙인 뒤 버디를 추가해 승부를 결정지었다. 박성현은 “중학교 때 두 번 매치플레이에 참가해 짜릿한 승부 방식에 빠졌다. 지난해 64강전에서 탈락한 게 마음에 걸렸는데 첫날 무난하게 승리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미녀 골퍼 간 대결로 눈길을 모은 오지현(20·KB금융그룹)과 홍진주(33·대방건설)의 대결에서는 연장 접전 끝에 오지현이 승리를 거뒀다.

춘천=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