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아빠가 최고” > 세계랭킹 1위 제이슨 데이가 16일 미국 플로리다주 소그래스TPC 스타디움코스에서 열린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뒤 아내와 함께 아이들을 안고 있다. 최종 합계 15언더파 273타로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차지한 데이는 PGA투어에서 독주 체제를 굳혔다. AP연합뉴스
< “우리 아빠가 최고” > 세계랭킹 1위 제이슨 데이가 16일 미국 플로리다주 소그래스TPC 스타디움코스에서 열린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뒤 아내와 함께 아이들을 안고 있다. 최종 합계 15언더파 273타로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차지한 데이는 PGA투어에서 독주 체제를 굳혔다. AP연합뉴스
제이슨 데이(호주)는 울지 않았다. 마지막 18번홀에서 4타 차 우승을 확정짓는 파 퍼트에 성공한 뒤 두 손을 번쩍 치켜들며 환하게 웃었다. 아들 대시(4)가 그린으로 달려나가 그의 품에 안긴 채 ‘세계 최강 아빠’의 뺨을 어루만졌다. ‘1인자’ 데이는 그의 시대가 열렸음을 확실히 예감한 듯 앞으로 그 기간을 더 늘리고 싶다고 했다. 그는 “골프 역사에서 가장 훌륭했던 선수로 기억되길 바라고 그렇게 될 기회를 잡은 것 같다”며 “승수를 최대한 쌓고 싶다”고 말했다.

◆‘빅3’ 판도 깨고 독주체제로

‘불굴의 골퍼’ 데이가 16일(한국시간)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통산 10승(메이저 1승)을 올리며 ‘1인자 시대’를 활짝 열었다.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의 소그래스TPC 스타디움코스(파72·7215야드)에서 열린 ‘제5의 메이저’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다. 최종 합계 15언더파 273타를 친 데이는 1~4라운드 내내 단 한 번도 단독 선두를 내주지 않는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으로 통산 10승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우승 상금 189만달러(약 22억1400만원)를 챙긴 그는 세계랭킹 1위를 굳건히 다지는 한편 동료인 애덤 스콧(호주)에게 내줬던 페덱스 포인트 랭킹 1위도 탈환했다.

데이의 기량은 ‘상당 기간 적수가 없을 것 같다’는 평을 들을 만큼 절정에 올라 있다. 지난 10개월 사이에 7승을 쌓았다. 올해에만 대회에 10번 출전해 3번 우승, 6번 ‘톱10’ 진입을 기록했을 정도로 안정적인 고공행진을 벌였다. 함께 ‘빅3’ 구도를 형성한 조던 스피스(미국)와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이 기간 올린 승수를 모두 합해도 2승에 불과하다.

더욱 눈에 띄는 것은 데이가 이번 대회를 포함해 두 차례나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달성했다는 점이다. 데이는 지난 3월 아널드파머인비테이셔널에서 공동 선두를 한 차례도 허용하지 않고 우승까지 내달았다. PGA투어는 4라운드 모두 단독 선두를 지킬 때만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으로 기록한다. 한 시즌 두 번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기록한 선수는 1980년 이후 타이거 우즈(미국)밖에 없다. 10언더파 공동 3위에 오른 저스틴 토머스(미국)는 “그의 샷은 놀랍도록 멀리, 똑바로 날아갔다”며 “내가 이런 성적을 낸 것만도 감지덕지”라고 말했다. 스콧은 “우즈가 경기하는 듯한 착각을 할 정도로 (그의 경기력은) 강렬했다”고 했다.

◆경쟁자들 일찍 짐 싸 ‘무주공산’

디펜딩 챔피언 리키 파울러(미국)와 스피스가 일찌감치 예선 탈락해 데이의 우승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컸다.

무명의 케빈 채플(미국)이 돌풍을 일으켰지만 4타 차 간격을 줄이기엔 역부족이었다. 세계랭킹 3위 매킬로이가 2라운드에서 한때 8언더파를 치며 반격의 물꼬를 트는 듯했다. 하지만 3라운드에서 3오버파를 치는 등 들쭉날쭉한 경기력 탓에 데이의 상승세를 누그러뜨리진 못했다. 공동 12위(7언더파). 퍼터가 잘될 때와 안될 때의 차이가 극명하다는 게 매킬로의 약점이다. 스피스는 샷 전반이 불안정한 게 숙제다. 당분간 데이의 독주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김시우(21·CJ오쇼핑)는 마지막날 2타를 잃고도 공동 23위(4언더파)에 오르는 선전을 펼쳤다. 뒷심 부족이 아쉬웠다. 후반에만 보기 4개가 쏟아졌다. 2011년 대회 챔피언인 최경주(46·SK텔레콤)도 이날 2타를 더 내주고 공동 43위(이븐파)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이날 대회에는 암 투병 중인 스튜어트 싱크(미국)의 아내 리사를 응원하는 뜻에서 데이와 지난해 챔피언 파울러 등 주요 선수들이 핑크색 티셔츠와 리본을 착용하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싱크는 아내 간병을 위해 투어를 포기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