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선수 일제 대피…폭탄처리반, 장내서 폭발 처리
폭발물탐지견 훈련용 장치로 확인…"민간 방호업체가 훈련 후 놓고 간 것"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홈구장에서 경기를 앞두고 폭발물로 의심되는 물체가 발견돼 관중 수만명이 대피하고 경기가 취소됐다.

영국 군경이 문제의 물체를 폭발처리한 후 조사한 결과 폭발물탐지견 훈련용 장치로 확인됐다.

AP·AFP 통신, BBC 방송 등에 따르면 15일 오후 3시(현지시간)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기로 한 2015-2016 EPL 맨유와 본머스 경기 시작을 앞두고 맨유 홈 관중석 쪽에서 '수상한 물체'가 발견돼 경기 시작이 미뤄졌다.

경기를 불과 20∼30분 앞두고 긴급 경보가 장내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지는 가운데 경기를 준비하며 몸을 풀고 있던 선수들이 필드를 떠났고 4개 구역으로 나뉜 관중석 중 2곳에 있던 관중이 먼저 대피했다.

나머지 좌석에 앉아 있던 관중은 먼저 대피한 이들이 경기장 앞에서 모두 벗어날 때까지 기다리라는 안내를 받고 더 대기하다가 모두 대피했다.

경찰과 경찰견들이 투입돼 현장 수색에 나섰고, 구단 측은 경찰의 조언을 받아들여 결국 '경기 취소' 결정을 내렸다.

맨체스터 경찰은 트위터에 "폭탄처리 전문가들이 수상한 물체를 조사하고 있다"고 알리고 나서 "폭탄처리 전문가들에 의해 경기장 안에서 '통제된 폭발'(controlled explosion)이 수행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장치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나서 "꼭 진짜 폭발장치처럼 보이는 물체에 대한 통제된 폭발을 수행했다"면서도 "실제로 터질 수 있는 장치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문제의 물체는 폭발물탐지견 훈련에 쓰이는 장치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지 경찰은 "민간 방호업체가 탐지견 훈련을 한 후 의도치 않게 현장에 흘리고 간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앞서 영국 일간 가디언과 인디펜던트 등 현지 언론은 각각 소식통을 인용해 이 장치에는 휴대전화가 포함됐고 가스배관으로 연결돼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 장치는 북서 구역의 화장실 변기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맨유 홈은 7만5천6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이날 경기에는 약 7만5천명 가량이 입장했다.

맨체스터 경찰은 대피 과정이 침착하고 효율적으로 이뤄졌다며 관중의 협조에 감사를 표했다.

EPL 경기가 폭탄테러 위협을 이유로 연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앞서 작년 11월 독일 하노버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독일과 네덜란드 간 축구 친선경기가 테러 위협을 이유로 취소된 바 있다.

EPL은 성명을 통해 "현실적으로 가능한 한 빨리 경기 일정을 다시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리그는 "경기는 당연히 열려야 하지만, 해결돼야 할 실행상 문제들이 있다"며 "경찰이 이곳(올드 트래퍼드)에서 해야 할 일을 마칠 때까지 그런 논의를 시작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런던·서울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하채림 김지연 기자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