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우승컵을 차지한 레스터시티FC의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65·사진)은 겸손한 언행으로 존경받는 덕장(德將)이다. 그는 레스터시티에 창단 132년 만에 첫 우승컵을 안겨주는 기적을 이루고도 “난 아직 배우고 있다”며 ‘챔피언급 겸손함’을 유지했다.

10일(한국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라니에리 감독은 지난 9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올 시즌 가장 뛰어난 이탈리아 감독에게 주는 ‘엔조 베아르조트상’을 받았다. 그는 수상 소감으로 “나는 그리스 국가대표팀에서 해고된 감독”이라며 “솔직히 말해 팀이 성취한 일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라니에리 감독은 2014년 그리스 국가대표팀을 맡았지만 당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87위였던 덴마크 자치령 페로제도에 진 뒤 4개월 만에 경질됐다. 그는 “올 시즌이 시작됐을 때는 2부리그로 강등당하지 않는 것이 목표였는데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라니에리 감독은 이탈리아 나폴리, AS로마, 유벤투스, 인터밀란과 영국 첼시, 스페인 발렌시아 등 강팀을 지도했지만 1부리그에서 우승한 적이 없었다. 그는 이날 시상식에 참석한 학생들에게 “나는 선수 시절 로마에서 두 번 해고됐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감독이 될 것이라고도 상상하지 못했지만 안 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하고 감독이 됐다”며 “항상 자신의 능력을 믿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