쭈타누깐, '역전패 악몽' 씻고 4전5기
170㎝의 훤칠한 키, 3번 우드로 250야드를 훌쩍 넘기는 장타력, 수영으로 다져진 유연성…. ‘태국의 희망’ 에리야 쭈타누깐(21·태국·사진)은 충분한 기량을 갖추고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의 우승 문턱에서 번번이 무릎을 꿇었다. ‘유리 멘탈’ 때문이었다.

쭈타누깐이 이번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그는 9일(한국시간) 미국 앨라배마주 프랫빌의 RTJ골프장(파72·6599야드)에서 열린 요코하마타이어클래식(총상금 130만달러)에서 최종합계 14언더파 274타로 우승컵을 차지했다. 4전5기 끝에 획득한 생애 첫 LPGA투어 우승이자 태국인 최초 우승이다.

이번 대회도 불안했다. 쭈타누깐은 전날 3라운드에서 8개홀 연속 버디를 잡는 등 절정의 기량을 뽐냈다. 하지만 14언더파 단독 선두로 출발한 이날엔 버디와 보기를 4개씩 범하며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쭈타누깐이 휘청거리는 사이 양희영(27·PNS)이 턱밑까지 따라붙었다.

17번홀(파5)에서 보기를 범한 그는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우드도 아닌 2번 아이언으로 티샷을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왼쪽으로 당겨 치는 바람에 러프로 날아갔다. 두 번째 샷도 벙커 옆에 떨어졌다.

더 이상 슬픔의 눈물을 흘리긴 싫었던 것일까. 쭈타누깐은 침착하게 세 번째 샷을 홀 1.2m 거리에 붙였다. 이어 파 퍼팅에 성공하며 1타 차 우승을 결정지었다. 그가 우승하자 함께 L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언니 모리야 쭈타누깐(22)과 어머니, 동료 태국 선수들이 뛰어나와 축하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