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림 “아빠 감사합니다” > 김해림이 어버이날인 8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교촌허니레이디스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아버지 김동성 씨와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김해림 “아빠 감사합니다” > 김해림이 어버이날인 8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교촌허니레이디스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아버지 김동성 씨와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치킨 회사 주최 대회 우승이잖아요. 진짜 꿈이 현실이 됐어요!”

‘달걀 골퍼’ 김해림(27·롯데)의 ‘꿈’이 이뤄졌다. 8일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제3회 교촌허니레이디스오픈(총상금 5억원)에서다. 그는 이날 마지막 라운드 출발 전 “‘달걀 골퍼가 어머니 대회에서 우승하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는 꿈을 꿨다”고 말했다. 자신의 비상(飛上)을 정확히 예고한 것이다.

◆130번째 출전 만에 첫 우승

김해림은 이날 전북 군산 군산CC(파72·6528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일 3라운드에서 2타를 줄여 최종 합계 5언더파 211타로 KLPGA 투어 첫 정상에 올랐다. 2008년 투어에 데뷔한 지 8년 만에 일군 첫 정상 등극이다.

1타 차로 최종일을 시작한 김해림은 첫 승을 눈앞에 둔 탓인지 들쭉날쭉한 경기를 펼쳤다. 보기 4개를 내줬다. 하지만 버디 4개가 이를 메워줬다. 결국 5번홀(파4)에서 얻은 천금 같은 샷 이글이 우승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됐다. 공동 2위 변현민(26·AB&I), 박소연(24·문영그룹)을 2타 차로 따돌린 완벽한 우승이다.

김해림과 이날 하루 종일 치열한 우승 경쟁을 벌인 루키 장원주(20·대방건설)는 1타를 잃어 공동 11위에 그쳤다.

김해림은 앞서 열린 129개 대회에 출전했지만 우승 갈증을 풀지 못했다. 지난해 KB금융스타챔피언십과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 등 2개 대회에서 우승을 눈앞에 뒀다가 아쉽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준우승에 머물렀다.

김해림은 “항상 우승 문턱에서 무너졌는데 오늘은 차분하게 잘 마무리해 스스로 만족한다”며 “어버이날 부모님께 우승 선물을 드릴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상금 1억원을 보태 총상금을 1억4848만원으로 늘려 20위였던 상금 순위를 7위로 끌어올렸다. 김해림은 이날 받은 상금 1억원을 이웃돕기에 전액 기부했다.

◆‘하루 30개 달걀 꿀꺽’ 집념

김해림은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 삶은 달걀을 많이 먹어 별명이 ‘달걀 골퍼’다. 그는 “2014년 밥 세 끼를 다 먹고 흰자만 따로 떼 또 먹었더니 체중이 10㎏ 가까이 증가했고 비거리도 20m나 늘었다”고 말했다. 이 덕분에 230야드에 머물던 비거리가 250야드대로 늘어나면서 자신감도 불었다. 파5 2온이 쉬워진 것이다. 버디를 잡는 기회도 그만큼 늘었다.

팬들은 그를 ‘기부 천사’로 더 많이 기억한다. 김해림은 2부 투어를 뛰던 2011년 동네 군청에 무작정 찾아가 상금의 10%인 610만원을 건넨 것을 시작으로 기부활동을 6년째 이어오고 있다. 2013년엔 1억원 이상 기부자의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에도 가입했다. 지난해에만 6000여만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에 전달했다. 김해림은 “첫 승을 이뤘으니 앞으로 더 노력하고 연습해서 승수를 더 쌓겠다”며 “기부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1라운드 공동 1위였던 배선우(22·삼천리)도 이날 2타를 줄이며 첫 승을 노렸지만 2라운드에서 3타를 까먹은 탓에 공동 4위에 만족해야 했다. 이정민(24·비씨카드), 박지영(20·CJ오쇼핑), 이다연(19), 정희원(25·파인테크닉스) 등과 같은 성적이다. 지난해 대회 우승자 고진영(21·넵스)은 합계 5오버파 221타로 공동 33위에 머물렀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