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위원총회에서 정식 선출…서면 총회도 검토
이 내정자, 올림픽 마케팅에 주력할 듯


이희범(67) 전 산업자원부 장관이 조양호(67·한진그룹 회장) 위원장의 사퇴로 공석이 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및 장애인동계올림픽대회 조직위원회의 새 위원장으로 내정됐다.

평창조직위는 3일 "조양호 위원장의 사퇴로 공석이 된 조직위원장 자리에 이희범 전 산업부 장관을 내정했다"며 "조 전 위원장의 사퇴 이후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계 의견을 들어 이 전 장관을 위원장 후보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조직위는 이어 "이 위원장 후보는 장관부터 대학 총장, 경제단체장, 대기업 경영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력을 가지고 있어 막바지 경기장 건설과 올림픽대회 운영 준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경제관료 출신답게 예산의 효율적 집행관리를 통해 경제올림픽 달성에도 이바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북 안동 출신인 이희범 위원장은 서울대 공대 전자공학과 출신으로 1972년 행시에 수석 합격하며 공직에 발을 들여놨다.

당시 이공계 출신 첫 행시 수석 합격자로 화제를 모았던 이 위원장 후보는 상공자원부 사무관을 시작으로 경제 관료로 경력을 쌓았고, 공직에서 물러난 뒤 한국생산성본부 회장(2002∼2003년), 서울산업대학교 총장(2003년), 산업자원부 장관(2003∼2006년), 한국무역협회 회장(2006∼2009년),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2010∼2014년)을 역임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 후보는 2009~2013년까지 STX에너지ㆍSTX중공업 총괄 회장을 역임했고, 2014년 LG상사 대표이사 부회장(CEO)에 취임한 뒤 현재 LG상사 고문을 맡고 있다.

평창조직위는 조만간 집행위원회와 위원총회를 거쳐 이 후보자를 위원장으로 공식 선임하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승인을 거쳐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다만 위원들의 수가 100여 명에 이르러 모두 모이기 어려운 만큼 상황에 따라 서면으로 총회를 대신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로써 평창조직위원회는 2011년 10월에 추대된 김진선 조직위원장과 그의 사퇴로 2014년 7월 선임된 조양호 위원장에 이어 이 위원장이 3대 수장을 맡게 됐다.

산업부장관과 무역협회장 등 경제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이 위원장 후보는 다양한 인맥과 대인 친화력을 앞세워 올림픽 성공에 필수적인 마케팅 분야에서 내실을 기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날 조양호 전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태로 잠시 혼란에 빠진 조직위도 발 빠르게 후임 위원장이 내정됨에 따라 안정을 되찾게 됐다.

특히 조 전 위원장이 한진그룹의 긴급한 현안 수습을 위해 그룹 경영에 복귀하려고 사퇴하면서 한진그룹 계열사에서 파견된 인력 46명도 복귀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지만 평창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잔류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조직위 관계자는 "일단 조 위원장을 측근에서 모시는 비서실장과 홍보실장만 먼저 복귀하고 나머지 파견 직원들은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조직위에서 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 전 위원장도 파견 인력들이 계속 조직위에서 근무하도록 이야기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