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궁합 맞는 스윙잉 스커츠 클래식 '주목'

'덤보' 전인지(22·하이트진로)는 부상 복귀 후 2차례 대회에서 모두 준우승을 차지했다.

부상 전 치른 혼다 LPGA 타일랜드 준우승을 포함하면 3개 대회 연속 준우승이다.

준우승은 '우승을 놓친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전인지는 오히려 '커다란 성과'로 자평한다.

만족스럽게 여긴다는 얘기다.

전인지 캠프는 전인지가 올해 치른 4차례 대회에서 3위 한번과 준우승 3번 등 한 번도 3위 밖으로 밀린 적이 없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전인지는 "즐거웠다"고 말한다.

특히 부상으로 한 달을 쉰 뒤에도 대회마다 우승 경쟁을 벌인 것은 재활과 투어 적응 과정이 성공적이라는 뜻으로 풀이한다.

특유의 부드러운 템포 스윙과 경기 운영 능력이 점점 더 좋아지고 있어 언제든 우승이 가능하다는 자신감은 물론이다.

우승에 연연하는 경기는 하지 않는다는 생각도 확고하다.

호주 동포 이민지(20)에 1타차 우승을 내준 롯데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18번홀 버디 퍼트를 할 때도 리더보드를 보지 않았다.

버디 퍼트를 놓치고 파로 경기를 마친 뒤에야 1타차 준우승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최선을 다 했고 좋은 경기를 펼쳤지만 우승 운이 따르지 않았을 뿐이라는 생각이다.

하필이면 준우승한 대회마다 한 뼘 더 잘한 선수가 한 명씩 나타났다.

ANA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는 리디아 고(뉴질랜드)가 전인지보다 더 완벽한 경기를 펼쳤고 롯데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는 이민지가 8언더파라는 예상을 뛰어넘는 맹타를 휘둘렀다.

전인지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요소는 개의치 않는다"고 늘 말해왔다.

시즌은 길고 남은 대회는 많다.

아직도 조심스러운 몸 상태로 조급하게 굴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다.

지금도 전인지는 물리 치료를 계속 받는다.

또 드라이버도 아직은 전력을 다해 때리지 않는다.

당분간은 힘껏 때릴 계획이 없다.

전인지를 지도하는 박원 코치는 "우승 조급증은 없다"면서 "전인지는 지금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전인지 캠프는 그러나 22일(이하 한국시간) 개막하는 스윙잉 스커츠 클래식을 주목한다.

연초에 투어 일정을 짤 때부터 염두에 뒀던 대회다.

코스가 전인지의 입맛에 맞기 때문이다.

전인지는 실수한 샷을 가차 없이 응징하는 변별력 높은 코스를 좋아한다.

유독 메이저대회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는 이유가 바로 메이저대회의 변별력 높은 코스 세팅 때문이다.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한 달을 쉬면서 스윙잉 스커츠 클래식에 초점을 맞춘 일정은 다소 헝클어졌지만, 의욕이 떨어진 것은 아니다.

바람이 강하게 부는 하와이에서 치른 롯데 챔피언십에서 전인지는 녹다운 샷 대신 시종 부드러운 스윙을 고수했다.

하와이에서는 녹다운 샷이 절대 유리하지만 녹다운 샷을 구사했다가는 이어지는 스윙잉 스커츠 클래식에서 본래 스윙으로 돌아가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고 보고 내린 결정이다.

그만큼 스윙잉 스커츠 클래식에 대한 의욕이 크다는 뜻이다.

다만 이번에도 '내 경기에 집중하되 내가 어쩔 수 없는 다른 선수의 신들린 스코어에는 개의치 않는다'는 원칙은 여전하다.

적어도 전인지는 '우승 갈증'은 아직 없다.

우승이 그리 멀지는 않다고 믿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