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메이저리거 역대 최소 경기 데뷔 홈런
이대호의 5타수는 한국 역대 최소 타수 신기록
오승환, 제구력 불안에도 3G 무실점 행진…김현수는 4G 연속 결장

박병호(30·미네소타 트윈스)와 이대호(34·시애틀 매리너스)가 같은 날 나란히 메이저리그 데뷔 홈런을 터트렸다.

두 선수는 약속이라도 한 듯 한국인 메이저리거 역대 최소 경기인 3경기 만에 마수걸이 홈런을 신고하며 메이저리그 정복을 향해 힘차게 시동을 걸었다.

한국인 타자 두 명이 메이저리그에서 같은 날 홈런을 터트린 것은 지난해 9월 9일 강정호(29·피츠버그 파이리츠)-추신수(34·텍사스 레인저스)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은 세 번째 등판에서 제구가 다소 흔들렸으나 이번에도 실점을 허락하지 않았고, 추신수는 대량 득점의 발판이 된 번트 안타로 팀의 3연패 탈출에 힘을 보탰다.

최지만(25·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은 미국프로야구 진출 6년 만에 메이저리그 경기에 첫 선발 출전했으나 3타수 무안타, 볼넷 1개에 머물러 빅리그 통산 첫 안타 신고를 다음으로 미뤘다.

김현수(28·볼티모어 오리올스)는 개막 4경기 연속 벤치를 지켰다.

야속하게도 볼티모어는 김현수의 경쟁자인 조이 리카드, 놀런 레이몰드의 활약 속에 개막 이후 4연승을 내달렸다.

박병호는 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의 카우프만 스타디움에서 열린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메이저리그 방문경기에 6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2-2로 맞선 8회초 1사에서 역전 솔로포를 터트려 올 시즌 한국인 메이저리거 첫 홈런의 주인공이 됐다.

박병호는 캔자스시티의 네 번째 투수 호아킴 소리아를 상대로 볼 카운트 1볼-1스트라이크에서 3구째 슬라이더(127㎞)가 한복판에 몰리자 이를 놓치지 않고 힘껏 잡아당겨 좌중간 담장을 까마득히 넘어가는 솔로홈런으로 연결했다.

맞바람 속에도 타구의 비거리는 무려 433.5피트(약 132m)로 측정됐다.

MLB닷컴이 제공하는 스탯캐스트에 따르면 올 시즌 메이저리그 비거리 8위에 해당하는 대형 홈런이다.

전날 하루 휴식을 취하며 힘을 비축한 박병호는 첫 타석에서 홈런성 타구를 쏘아 올리며 심상치 않은 기운을 풍기더니 네 번째 타석에서 메이저리그 정상급 거포들과 견줘도 전혀 손색없다는 파워를 그대로 입증했다.

미네소타는 박병호의 홈런이 시즌 첫 승리를 안기는 결승점이 될 수 있었으나 8회말 2점을 내주고 3-4로 패해 개막 이후 4연패에 빠졌다.

박병호는 3타수 1안타 1타점 1득점 1볼넷 1삼진으로 이날 경기를 마쳤다.

시즌 첫 타점까지 신고한 박병호의 시즌 타율은 0.167에서 0.222(9타수 2안타)로 상승했다.

박병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첫 홈런은 나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하지만 팀의 연패가 내게는 더 많은 것을 의미한다"면서 "그것이 다소 걱정이다.

우리는 첫 승이 필요하다"며 팀 승리에 대한 갈망을 드러냈다.

박병호가 홈런을 치자 '맏형' 이대호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대호는 이날 워싱턴주 시애틀의 세이프코 필드에서 벌어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홈 개막전에서 0-2로 뒤진 5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중월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8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한 이대호는 두 번째 타석에서 오클랜드 좌완 선발 에릭 서캠프의 초구 커브 볼을 잘 골라낸 뒤 2구째 약 142㎞짜리 직구를 통타해 가운데 담장을 훌쩍 넘겼다.

이로써 이대호는 메이저리그 첫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하며 홈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대호는 올 시즌 세이프코 필드 첫 홈런의 주인공까지 되는 기쁨을 맛봤다.

시간에서는 박병호의 홈런이 먼저 나왔지만, 박병호의 홈런이 3경기 9타수 만에 나온 데 반해 이대호는 3경기 5타수 만에 데뷔 홈런을 터트리며 메이저리그 한국인 메이저리거 역대 최소 타수 데뷔 홈런 신기록을 세웠다.

지금까지는 최희섭이 가장 빨랐다.

최희섭은 시카고 컵스 유니폼을 입고 2002년 빅리그 출전 5경기 만인 9월 8일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와의 경기에서 첫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했다.

당시 타수로는 7타수 만이었다.

2005년 빅리그에 데뷔한 추신수는 2006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로 이적한 뒤 7월 28일 '친정' 시애틀과의 경기에서 통산 첫 홈런을 터뜨렸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 무대에 첫선을 보인 강정호는 시즌 초반 벤치에 머물다가 동료의 부상으로 붙박이 주전을 꿰찬 뒤 정규리그 출전 15경기 만이던 작년 5월 3일 세인트루이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첫 아치를 그렸다.

경기 수로만 따지면 박병호에 이어 이대호도 최소 경기인 데뷔 3경기 만에 홈런 소식을 전하며 역대 한국인 빅리그 도전사의 한 페이지를 새로 썼다.

지난 2경기에서 총 3타수 무안타에 그쳤던 이대호는 이날 3타수 1안타(1홈런) 1타점 1삼진을 기록, 타율을 0.167(6타수 1안타)로 끌어올렸다.

시애틀은 9회초 크리스 코글란에게 결승 솔로홈런을 내줘 2-3으로 패했다.

오승환은 메이저리그 세 번째 등판에서 제구력이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오승환은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터너필드에서 벌어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방문경기에서 4-4 동점인 7회말 팀의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볼넷과 보내기 번트로 1사 2루의 위기에 몰렸다.

이어 폭투로 주자를 3루까지 내보낸 오승환은 4번 타자 프레디 프리먼을 거른 뒤 아도니스 가르시아를 1볼 이후 슬라이더를 4개 연속 던져 헛스윙 삼진으로 요리한 뒤 케빈 시그리스트와 교체됐다.

시그리스트가 후속 타자를 2루수 땅볼로 처리해 오승환은 실점 없이 세 번째 등판을 마무리했다.

⅔이닝 2볼넷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한 오승환은 앞선 2이닝 2볼넷 5탈삼진 무실점까지 포함해 평균자책점을 0으로 유지했다.

지난 6일 피츠버그전에서 1이닝 3탈삼진을 뽑아내며 완벽한 모습을 보여줬을 때 직구 최고 시속이 151㎞를 찍었던 오승환은 이날은 최고 시속이 148㎞에 머물렀다.

세인트루이스는 4점 차 뒤집기를 선보이며 7-4로 승리해 개막 3연전 전패 이후 시즌 첫 승을 올렸다.

추신수는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의 에인절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와의 방문 경기에서 2번 타자 우익수로 출전해 4타수 1안타를 치고 볼넷 1개를 골라 두 번 출루했다.

1회초 선두 타자 딜라이노 디실즈가 볼넷으로 출루한 뒤 도루로 만든 무사 2루 찬스에서 추신수는 에인절스 우완 선발 투수 맷 슈메이커의 허를 찌르는 번트 안타로 무사 1, 3루 기회로 연결했다.

추신수의 번트 안타를 발판으로 1회에만 3점을 뽑아내고 기선을 제압한 텍사스는 3회초 루구네드 오도르의 투런포가 터지면서 결국 7-3으로 승리하고 연패 사슬을 끊었다.

최지만은 7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격의 꿈을 이뤘으나 타석에서 뜬공만 3개 쳤다.

8회말 2사 1, 2루에선 통산 첫 볼넷을 골랐으나 후속타 불발로 무위에 그쳤다.

김현수가 또다시 메이저리그 데뷔 기회를 얻지 못한 가운데 소속팀 볼티모어는 시즌 개막 이후 4연승을 달렸다.

볼티모어는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오리올파크 앳 캠든야즈에서 열린 탬파베이 레이스와 홈 경기에서 솔로 홈런 4방을 터트리고 6-1로 이겼다.

이로써 볼티모어는 올 시즌 개막 이후 4경기에서 모두 승리하며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선두를 유지했다.

김현수는 이날도 결장했다.

김현수는 올 시즌 볼티모어가 치른 4경기 모두를 벤치에서 지켜봤다.

볼티모어 지역 방송인 MASN은 김현수가 탬파베이와 3연전 마지막 날인 11일에 선발 데뷔전을 치를 것으로 내다봤다.

김현수에게는 출전 기회가 없었지만 그의 경쟁자들은 또 존재감을 드러냈다.

신예 외야수 리카드는 1번 타자 중견수로 출전해 4타수 2안타를 쳤다.

개막 이후 4경기 연속 안타이자 시즌 세 번째 멀티히트(한 경기에서 2안타 이상). 이날로 리카드의 시즌 타율은 0.467까지 올랐다.

2번 좌익수로 출전한 놀런 레이몰드는 시즌 마수걸이 홈런을 포함해 4타수 1안타를 쳤다.

한편, 탬파베이의 한국계 포수 행크 콩거(한국명 최현)는 9번 타자로 선발 출전했으나 3타수 무안타로 물러났다.

(로스앤젤레스·서울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신창용 기자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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