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출신 캐디 조언에 후반 약진

"뭐든 욕심은 나지만 집착은 않기로 했어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최나연(29·SK텔레콤)이 생애 두번째 메이저대회 정상을 향해 신발 끈을 졸라맸다.

최나연은 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의 미션힐스 골프장 다이나 쇼 코스(파72)에서 열린 LPGA투어 시즌 첫번째 메이저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 1라운드에서 전반 9홀 동안 티샷이 계속 러프에 떨어지는 난조로 버디 하나 없이 보기만 2개를 적어내다 후반 들어 힘을 냈다.

매홀 버디 찬스를 만들었고 4타를 줄여 첫날을 2언더파 70타로 마감했다.

최나연은 "전반 부진에 기술적인 문제는 없었다"면서 "캐디가 '너무 조심스럽게 치더라'고 조언해준 게 약이 됐다"고 설명했다.

러프를 피하려다 보니 스윙이 위축됐다는 사실을 깨달은 최나연은 후반부터 자신있게 클럽을 휘둘렀다.

작년 가을부터 최나연의 백을 멘 메간 프리챌라는 LPGA투어에서 2승이나 올린 선수 출신이다.

LPGA투어에 선수 출신 캐디로는 두번째다.

선수 생활을 했기 때문에 선수들의 심리상태를 읽는 데 능하다.

최나연은 경기가 끝나고 나서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샷 연습을 했다.

작년 브리티시여자오픈을 치른 뒤 허리 디스크가 온 뒤로는 경기를 마치고 공을 친 적이 없었던 최나연은 "모처럼 샷이 잘 떨어지니까 기분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최나연은 한때 세계랭킹 2위까지 올랐던 선수다.

2012년 최고 권위의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을 제패했다.

최나연은 "메이저대회 중에 우승하고 싶은 대회를 꼽으라면 이 대회"라면서 "18번홀 그린 옆 연못에 뛰어드는 우승자를 보면 부러웠다"고 욕심을 내비쳤다.

그러나 최나연은 "욕심은 나지만 집착은 않는다"면서 "어떤 걸 원한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건 좋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 선수 가운데 9위로 처진 올림픽 티켓 경쟁도 포기는 않지만 집착은 않는다는 태도다.

그는 "올림픽은 너무나 나가고 싶었고 꿈꿔왔던 것"이라면서도 "아등바등한다고 되는 게 아니지 않으냐"고 말했다.

하지만 최나연은 "절대 포기는 없다"면서 "그걸 목표로 뛰기보다는 당장 닥친 대회에서 최선을 다하다 보면 기회가 오지 않겠냐"고 밝혔다.

최나연은 지난해 석달 동안 허리 디스크 치료와 재활에 매달렸다.

몸이 아프자 인생관이 살짝 달려졌다고 최나연은 털어놨다.

"전에는 서른살까지만 하고 그만두겠다는 생각이 굴뚝같았는데 지금은 마흔살이 넘어도 계속 선수로 뛰고 싶다"는 최나연은 "몸이 아프니까 내게 얼마나 골프가 소중한 건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랜초미라지<미국 캘리포니아주>연합뉴스) 권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