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밍이 잘못됐는데도 엉뚱한 곳에서 원인을 찾는 아마추어가 허다하다. 최송이 프로가 클럽 헤드 연장선과 발끝 연장선이 목표 지점에 모이게 정렬하는 ‘기찻길 에이밍법’을 설명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에이밍이 잘못됐는데도 엉뚱한 곳에서 원인을 찾는 아마추어가 허다하다. 최송이 프로가 클럽 헤드 연장선과 발끝 연장선이 목표 지점에 모이게 정렬하는 ‘기찻길 에이밍법’을 설명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실전 레슨 모드로 바꾸시죠. 연습량이 부족하니 어차피 게임은 안 될 테고….” (최송이 프로)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 건 게으른 제자를 만난 스승에 대한 송구함 때문만은 아니었다. 아홉 번의 실내 레슨만으로 ‘스윙 혁명’을 꿈꾸고, ‘잘하면 한두 홀 정도는 이길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요행을 바라던 부끄러움이 절반이었다.

◆첫 홀부터 OB 내고 ‘와르르’

지난 9일 경기 안산 대부도의 아일랜드CC. 실전 필드 레슨 첫 홀부터 사달이 났다. 첫 번째 샷, 두 번째 샷 모두 OB가 난 것이다. 프리샷 루틴도 분명히 지켰고 어깨 회전도 딴에는 충분히 했다. 그런데도 공은 야속하게 오른쪽 산으로 똑바로, 멀리 날아갔다. 슬프게도 아름다운 ‘푸시’다. 최 프로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운을 뗐다.

“어드레스 때부터 산을 보고 섰어요. 왼쪽 해저드에 대한 무의식적인 공포가 작용한 겁니다.”

첫 어드레스는 정상적으로 페어웨이를 가리키고 있었다. 하지만 손목을 풀기 위해 ‘왜글’을 하는 사이 슬금슬금 오른쪽으로 돌아선 게 문제였다. 무의식에 몸이 지배당한 것이다.

몸은 왼쪽을 향하게 해 푸시를 막고, 클럽 헤드 페이스는 오른쪽으로 열어 훅을 안 치겠다는 타협의 결과가 상·하체가 뒤틀린 기형적 어드레스다. 경기는 중단됐고, 레슨이 시작됐다.

“프로끼리는 시선, 즉 뷰(view)가 틀어졌다고 해요. 일종의 착시죠. 두려움이 만든 심리적 기형입니다.”

훅 구질이 고민인 아마추어는 오른쪽으로 몸을 돌리고, 슬라이스가 공포인 경우는 자꾸만 왼쪽으로 보려는 심리가 강해지면서 나중에는 그 자체가 똑바로 선 것으로 믿게 되는 현상이다. 해법은 없을까. 그는 ‘기찻길 정렬’을 권했다.

“두 발끝을 연결한 선과 클럽 헤드 페이스가 바라보는 선이 목표 지점의 한 점에서 만나는 듯하게 어드레스를 하는 겁니다.”

드라이버 헤드는 약간 왼쪽을 향하는 듯하게, 몸은 오른쪽을 바라보는 느낌이 나면 샷이 좌우로 오락가락할 확률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두 번째 샷은 ‘설마 오늘은!’ 하던 생크(shank)였다. 한 해 골프농사를 망칠 수 있는 공포의 바이러스 샷이다. 그 단어를 입밖에만 내도 동반자에게 전염될 수 있는 게 생크다.

“무게중심이 발끝 앞으로 쏠려 있어요. 그것도 공을 오른쪽으로 보내겠다는 심리 때문인데, 체중이 다운스윙 때 앞으로 쏠리면 생크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회전할 때 왼발 뒤꿈치로 피니시가 끝나도록 체중을 이동해주고, 팔에 힘을 뺀 채 헤드 무게를 느끼면서 다운스윙을 하면 생크가 절대로 날 수 없다는 게 최 프로의 설명이다. 100번 넘게 들었지만 100번 넘게 잊어버린 해법이다.

◆“연습 전 두려움부터 없애야”

OB 두 방을 날리더니 어프로치까지 뒤땅을 쳤다. 되는 게 없는 날이다. “오르막 어프로치는 클럽 날이 뒤로 눕기 때문에 경사도에 따라 한두 개 긴 클럽을 잡는 게 요령이에요. 몸통은 경사면과 평행하게 기울여야 하지만 양다리는 강하게 디뎌 흔들리지 않아야 하고요.”

오르막, 내리막 샷에서는 방향성이 더 나빠졌다. 그는 한 가지만 생각하라고 했다. ‘공이 흘러가는 쪽’으로 살짝 옮기라는 것이다. 내리막이면 왼쪽으로, 오르막이면 오른쪽으로 반 개나 한 개 정도 옮기는 방식이다.

특히 뒤땅·토핑이 나도 좋다는 생각으로 자신있게 쳐야 오히려 실수가 덜 나온다고 했다. 자신감이 없으면 임팩트 때 가속이 안 되고 감속돼 결국 팔의 힘이 개입되기 때문이다.

조언은 이어졌지만 미스샷은 늘어났다. 드라이버 샷은 벙커에 빠졌다. 하수는 걱정하는 대로 공이 날아가고, 프로는 생각한 대로 날아간다더니, 딱 그 짝이다. 최 프로의 얼굴이 굳어졌다.

“드라이버는 공격용이 아니라 방어용 무기입니다. 벙커를 넘기기엔 아슬아슬한 거리면 우드 티샷을 해서라도 짧게 가는 게 현명한 선택인 거죠. 결국 확률이 모여 18홀 전체 스코어가 나오는 거니까요.”

벙커샷 연습을 가장 안 하면서 벙커를 만만하게 보는 것도 아마추어 특유의 ‘근거없는 여유’다. 손으로 공을 빼내는 ‘핸드 웨지’를 ‘후한 골프 인심’으로 여기는 ‘한국적 골프문화’ 때문이다. 벙커도 한 타를 잃는 해저드라는 게 최 프로의 조언이다.

최 프로가 3개의 버디와 1개의 보기로 2언더파를 치는 사이 ‘배움이 느린 제자’는 속절없이 무너졌다. 9개 홀에서만 쿼드러플 1개, 더블 보기 1개, 보기 7개. 드라이버 샷은 산탄처럼 퍼졌고, 뱀처럼 꾸불꾸불 휘었다.

“스윙 개조가 원래 쉬운 게 아니에요. 프로골퍼도 30㎝짜리 테이크어웨이를 바꾸는 데만 3개월이 걸리거든요.”

위로가 더 쓰라렸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단다. “잘 치려면 연습량이 반드시 투입돼야 해요. 그런데 지금 더 중요한 건 멘탈인 것 같아요.”

골프를 지배하는 게 아니라 골프에 지배당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실수를 두려워하는 마음부터 고쳐야 쪼그라든 샷도 펼 수 있고, 기술도 익힐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머뭇거리며 물었다.

“잘해야 한다는 강박이 더 문젠데…. 골프가 혹시 스트레스 아니에요?”

마음속 깊이 뿌리 내린 공포와 욕망. ‘반쪽 골프’의 실체가 결국 드러나고 말았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두려움이 만든 '샷 방향 착시' 극복해야 굿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