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딥마인드 연구원의 "커제, 준비됐나?" 발언 주요소식 보도
中 '구글접속 차단'과 별개로 문화행사 차원서 허용 가능성도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의 '세기의 대국'이 마무리 국면에 들어섬에 따라 '세계 바둑랭킹 1위' 커제(柯潔·18) 9단과 알파고 간의 '2차전' 성사 여부가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 바둑고수들은 알파고와의 대전을 강력히 희망한다는 뜻을 밝힌 상황이다.

커 9단은 최근 자신이 이길 확률이 60%라고 본다며 알파고와의 대국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1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기사로서 머지않아 대면할 날이 올 것이고, 또 그것이 탄생한 때부터 우리는 대면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각오를 다졌다.

인류가 만들어낸 '절대고수' 알파고와의 대전을 원하는 중국의 바둑강자들은 커 9단 만이 아니다.

15일 중국청년보(中國靑年報)에 따르면 "최소 5명의 9단이 있어야 일전이 가능하다"며 알파고의 실력을 극찬한 구리(古力) 9단은 만약 알파고와 일정기간 바둑을 둔다면 자신의 실력도 크게 진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기성(棋聖) 녜웨이핑(섭<손수변 없는 攝>衛平) 9단 역시 필요하다면 자신이 '복귀'해 알파고와 대전을 치를 수도 있다며 투지를 불태웠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 측은 이런 러브콜에 은근한 호응을 나타냈다.

구글 딥마인드 라이아 해드셀 연구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알파고가 이 9단에게 진 덕분에 세계랭킹에 오르게 됐다며 "커제, 준비 됐나요?"라는 다소 도발적인 글을 게재했다.

랭킹사이트 '고레이팅스'(Goratings.org)는 지난 13일 알파고가 커 9단, 박정환 9단, 이야마 유타 9단에 이어 세계 랭킹 4위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패배 기록이 없는 선수는 '고레이팅스'의 순위 집계에서 제외된다.

중국청년보는 그러나 구글이 중국 내에서 사업재개를 못하는 상황을 거론하며 "(정치적 문제로) 아마도 알파고가 이른 시일 안에 중국대륙에서 중국기사와 겨룰 방법은 없어 보인다"며 '2차전' 가능성을 다소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중국정부는 언론통제 조치의 하나로 중국 내에서의 구글, 페이스북, 유튜브 등에 대한 접속을 계속 차단하고 있다.

커 9단 역시 자신의 웨이보(微博, 중국판 트위터)에 "구글이 나에게 직접 도전하지 않았는데, 중국인이라면 (그 이유를) 이해할 것"이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그러나 다른 한 편에서는 이번 '세기의 대국'이 중국 내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고, 커 9단-알파고 대국을 희망하는 여론도 강해 당국이 이를 허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존재한다.

텅쉰(騰迅)을 비롯한 왕이(網易), 신랑망(新浪·Sina.com) 등 중국의 대표적인 포털사이트들은 이번 대국을 전국에 생중계했고, 관영 중국중앙(CC)TV도 이 소식을 주요뉴스로 비중있게 전했다.

이런 가운데 베이징(北京)에서 열리고 있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 참석 중인 예원즈(葉文智) 전인대 대표는 지난 10일 이 9단이 알파고에 연패한 뒤 녜 9단, 구 9단, 창하오(常昊) 9단 등 국수(國手) 6명과 모임을 갖기도 했다.

그는 이 모임에서 "저는 중국 기수들이 현재 세계 바둑의 최정상에 있고 알파고를 이길 수 있다고 본다"며 알파고와의 대전 추진을 강하게 희망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모두 '바둑광'이라는 점도 중국 내에서의 '2차전' 실현 가능성에 좀더 무게를 실어준다.

녜 9단의 중·고교 시절 친구이기도 한 시 주석은 한중 외교무대 등에서 바둑을 소통 수단으로 활용해왔고,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나전칠기함에 담긴 바둑알을 방한 선물로 받기도 했다.

리 총리 역시 종종 중국의 경제문제를 바둑에 비유하곤 한다.

일각에서는 그의 바둑 실력이 중국 고위급 정치인 중에서 '최강자급'에 속한다는 이야기도 나올 정도로 수준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이준삼 특파원 js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