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세돌 사범처럼 될래요” > 경기 성남 분당대진고에서 지난 13일 열린 제223회 학생바둑대회 참가자들이 대국에 열중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세돌 사범처럼 될래요” > 경기 성남 분당대진고에서 지난 13일 열린 제223회 학생바둑대회 참가자들이 대국에 열중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세돌 9단 신드롬’이 급격히 퍼지고 있다. 이 9단이 지난 13일 이미 3연패를 당해 절망적일 것 같은 상황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침착하게 묘수를 두며 마침내 알파고를 물리치자 “인간승리다. (이세돌에게) 희망을 봤다”는 시민들의 의견이 줄을 잇고 있다.

1~4국을 모두 지켜본 이한나 씨(33)는 “이 9단의 첫 승 덕분에 인공지능(AI)이 육체노동뿐 아니라 정신노동 분야까지 인간의 일자리를 앗아갈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무기력증을 날려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갓세돌’ ‘돌코너’ 등의 신조어가 오르내리고 있다. ‘신처럼 인공지능을 이겼다’고 해서 ‘갓(god·신)세돌’,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에서 인공지능에 대적해 인류 대표로 싸우는 주인공 ‘존 코너’의 이름과 이세돌의 이름 끝자를 합쳐 ‘돌코너’다.

이 9단과 알파고의 대국 시청률도 1국 5.5%에서 KBS 1TV가 방송한 4국 시청률은 전국 10%를 돌파했다. ‘이세돌’ 관련 서적 판매량도 급증하고 있다. 온라인 서점 알라딘 관계자는 14일 “4국이 끝난 직후인 오후 6시부터 《이세돌 어린이 바둑교실 1권》(키즈조선) 판매가 1~3국 때보다 세 배 이상 늘었고 이세돌 자서전 《판을 엎어라》(살림)도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간 이세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MBC는 이날 밤 11시10분 ‘MBC 스페셜’에 ‘세기의 대결 이세돌 vs 알파고’를 긴급 편성하고 이번 대국의 의미와 창의적인 바둑을 두는 이 9단의 힘을 조명했다.

바둑 인기 부활도 기대된다. 바둑학원을 운영하는 이성희 씨는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원생이 20~30% 늘어났고 문의 전화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신학기를 맞은 대학들의 바둑 동아리에도 신입회원들이 예년의 두 배 이상 몰리고 있다. 기존 바둑 팬은 물론 바둑을 모르는 사람들의 문의와 참여가 크게 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중국신문망(中國新聞網)은 이날 해설기사를 통해 “이번 대전이 세계 바둑계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며 “바둑이 새로운 황금시대를 맞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