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학자들도 '인공지능 시대' 전망 엇갈려

이세돌 9단이 12일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와 바둑 대결에서 세 번째 패배를 기록하자 원로 학자들은 인공지능의 미래를 두고 다양한 견해를 내놨다.

인간이 인공지능에 바둑을 졌다고 해서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인공지능의 무한한 발달 가능성을 증명한 계기인 만큼 기술이 인간을 압도하는 어두운 미래가 오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는 우려도 나왔다.

김도연 포스텍(포항공대) 총장은 "바둑에서 인간이 인공지능에 진 것 자체가 큰 이슈이긴 하지만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었다"며 "바둑이 심오하다고 하지만 20년 전 체스에서 이긴 것과 마찬가지로 기계가 얼마든지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영화 등에서 고도로 발달한 기계가 인간을 지배한다는 디스토피아(dystopia)적 상상에 대해 "그야말로 영화일 뿐"이라며 "물론 인공지능에 대체돼 없어지는 직업이 많겠지만 그게 반드시 불행을 초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지금과 같은 사회 체제로 가면 상당한 어려움과 갈등이 있을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노동시간이 줄어드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고, 이를 위해 준비하고 필요한 부분은 보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학평론가 유종호 전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은 이세돌 9단이 이렇게까지 패배할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면서도 인공지능이 예술 활동과 같은 인간 고유 영역까지 넘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유 전 회장은 "계산력이나 수를 내다보는 능력 등 알파고가 얼마나 철저히 조직됐는지 정체를 정확히 모르고 단순히 '컴퓨터가 인간과 바둑 두는 것' 정도로 생각했기 때문에 지켜본 이들이 많이 놀라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발달하면 언어 통·번역이나 분석적인 일은 할 수 있겠지만 인간처럼 예술 활동을 하기란 어려울 것"이라며 "바둑도 일종의 계산이고, 감정과 상상력으로 하는 예술 활동은 인공지능이라도 어렵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로봇'(robot)은 본디 '노예'라는 뜻의 체코어인데, 노예가 역습해 주인보다 우위에 서는 일이 현실화하는 듯하다"며 "핵개발을 금지하는 윤리 규정을 만들었듯 인공지능 개발에서도 그런 규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철학자인 손동현 한국교양기초교육원 원장은 인공지능 기술이 인간 존엄성 소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이번 대국으로 한층 구체화했다는 의견을 내놨다.

손 원장은 "인간의 사유를 크게 구분하면 사실 인식과 가치 지향인데, 사실 인식을 하는 모든 정신 활동을 총괄하는 것이 가치 지향"이라며 "기술 개발로 어떤 가치를 지향할지에 관한 사유를 기술 자체가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인간이 인공지능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시대가 오면 인간의 가치 지향적 활동이 피폐해지고 결국 인간 존엄성을 잃게 될 것"이라며 "무엇을 위해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어떻게 쓸지를 끝없이 자문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권영전 기자 pul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