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 첫 승] 이세돌 9단 중반 '끼우는 묘수'…알파고 '의문수' 연발하며 자멸
이세돌 9단의 묘수(妙手)가 통한 것일까. ‘인간 최고수’를 세 차례 연달아 굴복시킨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이 9단의 78 착점 이후 납득하기 어려운 수들을 두며 흔들렸다. 이 9단은 상대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파고들어 ‘철옹성’을 무너뜨렸다.

13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4국은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다. 2국과 마찬가지로 4국에서 흑을 잡은 알파고는 첫수에 우상귀 화점, 세 번째 수는 좌상귀 소목을 뒀다. 사흘 전 열린 제2국과 똑같이 초반 포석을 한 것이다.

이 9단은 앞선 세 번의 대국과 다르게 집을 우선 차지하는 실리 전법을 들고 나왔다. 우하귀와 좌하귀에 짭짤한 집을 마련한 이 9단은 좌변에서도 알파고에 세력을 내주는 대신 집을 만들며 실리에서 앞서 나갔다. 알파고는 1~3국처럼 중앙에 거대한 세력을 쌓으며 상변에 큰 모양을 만들었다.

이 9단은 오후 3시55분께 주어진 두 시간을 모두 소모하고 초읽기에 몰렸다. 반면 알파고는 1시간5분을 남겨 여유있게 뒀다.

하지만 이 9단은 중앙 전투에서 승부수를 던지며 흐름을 바꿔놓았다. 앞선 경기처럼 중앙을 내주면 승리할 수 없다고 판단한 이 9단은 중앙 삭감을 하면서 알파고의 집안에서 수를 내려고 했다. 이 9단은 78로 중앙 흑 한 칸 사이를 끼우는 묘수를 날렸다.

이후 알파고는 실수를 남발하며 자멸했다. 지금까지는 ‘실수도 계산된 신의 한 수였다’는 알파고였지만, 이번에는 인간의 눈으로는 악수인 의문수를 연발한 것이다. 이현욱 8단은 “알파고가 마치 바이러스에 걸린 것처럼 심각한 오류를 보이고 있다”며 “이러고도 지면 (이 9단이) 마치 우롱당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좌하귀 97은 눈을 의심케 하는 황당한 수였다. 이 9단의 침착한 응수도 드디어 빛을 발휘했다. 이 9단은 좌변 알파고의 대마를 압박하면서 선수를 잡았고 상중앙에 잡혔던 백돌을 연결하면서 승기를 잡았다. 김지석 9단은 “오늘도 초중반까지는 알파고의 우세로 보였다”며 “알파고가 어이없는 실수를 연발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을 놓치지 않고 승리로 이끈 것은 이세돌”이라고 설명했다.

알파고는 이후 30여수를 더 뒀지만, 도저히 이길 확률이 나오지 않았다. 이 9단이 하변 흑 진영에 뛰어들어 집을 파괴하자 180수 만에 항복을 선언 했다.

마지막 5국은 15일 오후 1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프로기사들은 4국에서 알파고의 약점이 드러남에 따라 이 9단이 2연승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박정상 9단은 “이 9단이 자신의 강점인 전투와 수읽기로 가져가면 승산이 있다”고 전망했다.

최만수/김보영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