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승리 불가능" 전망해도 자신을 믿어…끝내 승리

인공지능 알파고는 뜻밖의 난공불락이었다.

완벽한 수 읽기로 '바둑의 신' 경지에 오른 것으로 보이기도 했다.

자신의 완승을 확신했던 이세돌 9단은 조금씩 드러나는 알파고의 실체에 크게 당황했다.

100% 자신감은 50%로, 또 그 이하로 점점 떨어졌다.

인공지능의 기습을 막아내는 인간 첨병으로 나선 이세돌 9단은 알파고에 3연패를 당했다.

바둑계와 IT업계는 "슈퍼컴퓨터 알파고를 이기는 것은 불가능"이라며 비관적 전망을 쏟아냈다.

이세돌 9단은 포기하지 않았다.

알파고에 3연패했다는 것은 5전 3승제인 이번 대국에서 최종 패배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세돌 9단은 "승패는 갈렸지만 능력을 평가할 때는 1∼3국보다 4, 5국이 더 정확할 수 있다. 많이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승리 희망을 끝까지 놓지 않은 것은 자신을 향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알파고의 항복(불계패)을 이끌어냈다.

정상에서 예상치 못하게 벼랑끝에 몰린 스트레스는 엄청나게 컸을 터다.

그만큼 이세돌 9단의 감정 곡선도 크게 요동쳤다.

이세돌 9단은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로부터 대국 제의를 받아들이면서 "한 판을 지느냐 마느냐의 문제"라며 자신의 완승을 점쳤다.

하지만 첫 대국 전날 기자회견에서 알파고의 원리에 관한 데미스 허사비스 딥마인드 CEO의 설명을 듣고나서 "아직도 여전히 자신감은 있다"면서도 "5대 0으로 승리하는 확률까지는 아닌 것 같다"며 자신감 수위를 한 단계 낮췄다.

9일 제1국에서 알파고에 뜻밖의 불계패를 당하고서 이세돌 9단은 "진다고 생각 안 했는데, 너무 놀랐다"며 앞으로의 승리 가능성을 "5대 5"로 더 낮췄다.

10일 제2국에서는 자신의 기풍을 버리고 '이창호 스타일'로 안정적인 바둑을 펼쳤다.

하지만 알파고는 여전히 허점을 보이지 않으며 이세돌 9단에게 또 한 번 패배를 안겼다.

이세돌 9단은 "알파고는 완벽한 바둑을 뒀다"며 완패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세돌 9단은 절치부심했다.

친한 프로기사들과 함께 밤을 지새우며 알파고를 연구했다.

12일 제3국에서 이세돌 9단은 전투적인 자신 본연의 스타일로 알파고에 맹공을 퍼부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스스로 돌을 거둬야 했다.

최종 승리를 알파고에 내주기는 했지만, 이세돌 9단은 한결 부담을 덜 수 있었다.

이세돌 9단은 작정한 듯 '2국 판박이' 바둑을 두며 초반을 시작했다.

2국을 복기하며 준비한 필승 작전이었다.

한때 거대한 집을 만든 알파고에 밀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세돌 9단은 승부수로 알파고를 흔들었다.

알파고는 이세돌 9단의 수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듯이 의문수를 쏟아냈다.

"에러가 확실하다"는 프로기사들의 평이 이어졌다.

다시 정신을 차린 알파고는 끝내기에서 이세돌 9단을 따라잡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세돌 9단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인간이 인공지능에 완전히 제압되지 않는다는 모습을 보여줬다.

전문가들은 완벽한 계산으로 '이기는 바둑'을 두는 알파고를 넘어서는 것은 '인간의 한계를 넘는 것'과 같다고 봤다.

모두가 고개를 저을때 이세돌 9단은 자신을 믿었다.

그리고 '인간 승리'를 거뒀다.

인류를 대표한 외로운 싸움에서 인간의 자존심을 지켜줬다.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abbie@yna.co.kr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