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팬들 "알파고에 한판이라도 이겼으면"…"사범님 힘내세요"

바둑 최고수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AI) 알파고(AlphaGo)에게 3연패를 당해 '세기의 대결' 승부가 갈린 상황에서 바둑팬들은 13일 열린 네 번째 대국을 지켜보 며 변함없는 응원을 보냈다.

바둑팬들은 하나같이 "이세돌 9단이 한판이라도 알파고를 꺾어 자존심을 세우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이날 오후 1시 서울 성동구 홍익동 한국기원 2층에 마련된 공개해설장에는 바둑팬 10여명이 나와 이세돌 9단의 설욕전을 지켜봤다.

이미 전체 대결의 승패가 나온 뒤여서인지 한국기원에 마련한 60여개의 의자는 빈 곳이 더 많았다.

바둑 2단 정도의 실력으로 바둑을 즐긴다는 회사원 김수현(28) 씨는 "이세돌 9단이 전혀 알려지지 않은 알파고라는 상대와 대결해 3연패를 당했지만, 이제 승패가 갈린 만큼 이 9단이 승패 부담에서 벗어나 본인의 바둑을 두며 승부를 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평소 이세돌 9단의 스타일대로 묘수를 찾아낸다면 알파고의 인공지능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인터넷 바둑으로 5단 실력이라는 강건늘(39) 씨는 "이 9단이 1∼3국까지 평소 이세돌 스타일대로 두지 않은 것 같다"면서 "오늘 제 실력을 모두 발휘해 알파고를 이겨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씨는 대국이 초반을 벗어나자 "오늘은 이 9단이 초반에 안정적으로 잘 두고 있는 것 같다"며 "지금부터 어떻게 형세를 만들고 실리를 취할지가 관건"이라며 대국에 집중했다.

이날 한국기원에서 대국을 공개해설한 김영환 9단은 알파고에 대해 "집 계산은 워낙 확실하게 계산해내 집 바둑으로 가면 거기에 맞춰두고, 전투가 벌어지면 전투에도 대응을 잘한다"며 "상대와 내용에 따라 계속 맞춰가는 알파고를 정말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세돌 9단이 대표사범으로 있는 성동구 행당동 '이세돌 바둑연구소'에도 바둑 꿈나무들이 나와 '사범님'의 승리를 간절히 응원했다.

바둑 연구생 소명재(17)군은 "어제보다 형국이 괜찮은 것 같다"면서도 "오늘도 사범님이 이길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소군은 "알파고에는 컴퓨터 1천200여대가 연결돼 있다고 들었다"면서 "그러면 1대 1의 대결이 아닌데, 애초에 불리한 싸움이 아니었나 싶다"며 이 9단의 3연패를 아쉬워했다.

김경은(13)양은 "1∼3국 기보를 뽑아 분석하고 감상문을 써오는 게 숙제였다"면서 "분석해보니 알파고가 계산이 정말 강할 뿐만 아니라 형세 판단도 잘하더라. 어떻게 하면 이기는지 길을 잘 알더라"고 말했다.

김양은 "그래도 사범님이 1승은 했으면 좋겠다"면서 "마음을 잘 추스리시고 멘탈을 잘 유지하신다면 한 번 정도는 승산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응원했다.

한국기원에서는 오후 4시15분께 이세돌 9단이 유리한 상황으로 바둑이 흐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자 여기저기서 "수가 났다", "이긴 것 같다"는 등 흥분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이효석 기자 d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