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97년 개발…2000년대 세계 컴퓨터 바둑대회 싹쓸이

구글이 만든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세기의 대결'에서 이세돌 9단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면서 북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의수준에도 관심이 쏠린다.

북한 조선컴퓨터센터(KCC) 산하 삼일포정보센터는 지난 1997년 컴퓨터 바둑프로그램 '은별'을 개발했다.

2002년에 일본기원에서 아마추어 초단을 인정받았으며, 4년 뒤인 2006년에는 '은별 2006'이라는 업그레이드 버전도 나왔다.

이 프로그램은 개발된 지 1년 뒤인 1998년 FOST배 세계컴퓨터바둑대회에서 처음 우승한 것을 시작으로 2003년부터 2006년까지 4년 연속 세계 컴퓨터 바둑 대회에서 우승했다.

'은별'은 적어도 지난 2009년까지는 세계 대회에서 우승컵을 휩쓸었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조선중앙TV가 당시 "일본, 미국, 프랑스 등 우수한 30여 개발팀의 프로그램이 참가한 가운데 최근 일본에서 열린 제3차 컴퓨터바둑대회에서 우승했다"며 "국제 컴퓨터바둑대회에서 7차례나 패권을 쥐는 성과를 이룩했다"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이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은별 2010'은 지난 2010년 8월 통일부의 반입승인을 얻어 정식으로 한국에 선보인 바도 있다.

'은별 2010'은 2006년 버전의 알고리즘에 모든 경우의 수를 다 고려하지 않고 표본을 추출해 승률을 어림잡는 '몬테카를로 방식'을 결합해 기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다.

'몬테카를로 방식'은 알파고의 핵심능력이기도 하다.

'은별 2010' 개발에 공동참여했던 국내 바둑 인공지능 개발 전문가이자 프로기사인 김찬우 6단은 6년 전 인터뷰에서 "은별 2010은 공인 아마추어 초단에서 2단에 가까운 실력을 갖추고 있다"며 "현재까지 나온 인공지능 중에 가장 뛰어나다"고 말했다.

북한전략센터 김광인 전 소장은 지난 2010년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에서 "은별을 직접 써봤다"면서 "수준은 우리의 9급 정도"라고 밝혔다.

'은별'은 현재 어느 정도 수준까지 업그레이드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북한 언론은 지난 2011년을 마지막으로 '은별'에 대해 보도하지 않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anfou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