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으로 인류 최강자를 이긴 인공지능의 기술 발전에 전 세계가 감탄하고 있다.

그러나 열광과 환호는 최신 기술 앞에서 '패자'가 될 수밖에 없는 이세돌 9단에게 쏟아지고 있다.

이세돌 9단은 지난 12일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에 3연패를 당하면서 인공지능에 인간의 패배를 인정해야 했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는 5차례 대국해 3번을 이기는 쪽이 승리하는 것으로 약속했었다.

알파고의 실력은 베일에 감춰져 있었다.

유럽 바둑 챔피언 판후이 2단이 알파고와 5번 겨룬 기보가 지난 1월 학술지 '네이처'에 공개된 것이 전부였다.

세계 1인자와 맞붙을 실력이 되는지조차 의문이었다.

알파고의 실력은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강했다.

초반 해결 능력과 치밀한 수 읽기, 위기 대처 능력에 끝내기 실력과 패싸움까지 흠 잡을 데 없었다.

구글의 클라우드 컴퓨터를 기반으로 초당 10만가지 수를 고려하는 계산력은 아무리 인간 최고수라도 당해내기 어렵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도 말할 수 있다.

여기에 이세돌 9단은 이런 알파고의 실체를 제대로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대국 불공정 논란이 뒤늦게 일어나기도 했다.

그만큼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 맞서는 것은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것이고, 알파고에 이긴다면 인간 승리를 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도 인정한다.

인공지능 업체 AI바둑 대표이자 프로기사 김찬우 6단은 "이세돌 9단이 인간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해 얼마나 완벽한 모습을 보이는지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인간을 뛰어넘는 기계가 등장했다고 해서 인간은 한계를 시험하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시속 200㎞를 달리는 자동차를 타도 우사인 볼트가 100m 9초58 신기록을 세우면 열광한다.

컨테이너 박스를 번쩍 들어 올리는 기중기가 있어도 순수 인간의 힘으로 바벨을 들어 올리는 역도 선수에게 집중한다.

이세돌 9단은 여전히 알파고에 승리할 가능성을 바라본다.

그는 3연패 후 "승패는 뭐 갈렸지만 능력을 평가할 때는 1∼3국보다 4, 5국이 더 정확할 수 있다"면서 "많이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남은 4·5국에서 더 나은 승부를 펼치겠다는 자신감이다.

그는 "알파고가 아직 완벽히 신의 경지에 오른 것은 아니다"라며 최대한 약점을 파악해 공략하겠다고 강조했다.

인류 대표로서 자신의 능력을 끝가지 믿는 모습 자체로도 이세돌 9단은 인간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abb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