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GC캐딜락챔피언십을 주관하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가 고민에 빠졌다. 미국 공화당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사진) 때문이다.

트럼프는 지난 3일부터 WGC캐딜락챔피언십이 열리고 있는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트럼프내셔널도럴 골프장 주인이다. 그는 2012년 이 골프장을 사들인 뒤 매년 캐딜락챔피언십 시상식에 참석해 연설하는 등 관심을 보여왔다. 이번 대회 최종일인 오는 7일에도 방문할 가능성이 크다.

PGA투어 관계자들은 트럼프의 방문이 달갑지 않다. 지역과 인종을 가리지 않고 글로벌 마케팅 정책을 펼치는 투어와 달리 트럼프는 멕시코인이나 이슬람교도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는 등의 민감한 발언을 서슴지 않기 때문이다.

대놓고 오지 말라고 하기도 난감하다. 지난해와 달리 현재 트럼프는 미국은 물론 세계 각국이 관심을 보이는 ‘정치적 거물’로 급부상했다. 트럼프는 2일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의 핵심 절차인 ‘슈퍼 화요일’에서 대승을 거둬 ‘차기 대통령급’으로 떠올랐다. 방문하도록 놔두자니 그를 싫어하는 투어 안팎이 들썩일 게 뻔하다.

선수들도 트럼프가 껄끄럽다. 마이애미 지역 신문 팜비치포스트는 “선수들은 트럼프라는 이름을 언급하는 것 자체를 벙커에 빠진 것으로 여긴다”고 보도했다. 트럼프가 시상할 경우 트로피를 받을 우승자도 정치적 처지가 미묘해질 수 있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미국인이 아닌 내가 무슨 말을 하겠느냐”면서도 “나라면 (대통령으로) 안 뽑겠다”고 말해 반감을 드러냈다. 버바 왓슨(미국)은 “트럼프가 나타나면 소동이 일어날 게 뻔하다”고도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