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선은 “평소 화장을 전혀 하지 않고 경기에 나간다”며 “외모만 보면 털털해 보이지만 설거지나 바느질도 꼼꼼하게 하는 여성스러운 면도 있다”고 말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김민선은 “평소 화장을 전혀 하지 않고 경기에 나간다”며 “외모만 보면 털털해 보이지만 설거지나 바느질도 꼼꼼하게 하는 여성스러운 면도 있다”고 말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김민선(21·CJ오쇼핑)의 별명은 ‘쭉쭉빵빵’이다. 다른 선수들보다 머리 하나만큼은 더 큰 176㎝의 키, 시원한 이목구비 때문에 멀리서도 눈에 띈다. 호쾌한 스윙도 일품이다. 낮은 탄도로 쭉쭉 날아가는 270야드짜리 장타는 보기만 해도 속이 뻥 뚫린다.

최근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민선은 장타 얘기부터 꺼냈다. 그는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평균 드라이버샷 거리에서 252.57야드로 2위를 차지했다.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1위였지만 박성현(254.28야드)에 밀려 2위로 떨어졌다.

“솔직히 말해서 장타왕에 욕심이 있었습니다. 가끔 KLPGA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순위도 확인해봤죠. 물론 스코어도 중요하지만 장타는 저의 정체성 같아서 욕심을 버릴 수 없네요. 성현 언니는 ‘장타 얘기 좀 그만하라’고 농담하는데 올해에는 꼭 1위를 탈환하고 싶습니다.”

김민선은 경기에서 70~80%의 힘으로 스윙한다. 제대로 휘두르면 300야드도 가뿐히 넘길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민선은 초등학교 2학년 시절 골프를 처음 배울 때부터 장타에 욕심을 냈다고 한다. 그는 태권도 검은 띠를 따고 난 뒤 다른 운동을 찾다가 골프를 접하게 됐다.

제대로 레슨을 받지도 않고 ‘보기 플레이어’ 수준인 아버지의 지도 아래 독학으로 골프를 배운 김민선은 중학생 시절부터 300야드가 넘는 장타를 날려 주변을 놀라게 했다. 연습장에 있던 남자 프로 지망생들도 김민선과의 라운드를 피할 정도였다.

김민선은 “멀리 치고 싶어서 무작정 때리다 보니 점프를 하면서 쳤다”며 “폼이 엉망이 돼서 중학교 3학년 때 반년 동안 초보로 돌아가 똑딱이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고 말했다. 김효주, 백규정 등 동갑내기 친구들이 아마추어 대회를 휩쓸며 엘리트 코스를 밟아나가고 있을 때 뒤늦게 ‘똑딱이 골퍼’가 된 것이다.

하지만 김민선의 재능은 금세 꽃을 피웠다. 타고난 장타에 정확성을 더한 김민선은 이를 악물고 연습해 그해 바로 국가대표에 선발됐다. 이어 2012년 김효주와 함께 터키에서 열린 세계아마추어선수권에 나가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했다. 김민선은 “그 대회 개인전 1위가 리디아 고였는데 그를 포함해 김효주 등 훌륭한 선수들과 함께 경기하면서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승승장구하던 김민선은 다시 한 번 시련과 마주쳤다. 2013년 2부투어 첫 번째 시드전에서 떨어지는 굴욕을 맛본 것이다. 1부투어 직행 티켓을 받지 못한 김민선은 동기들보다 1년 늦은 2014년 KLPGA투어에 데뷔했다. 김민선은 “1부투어 시드전에선 서로 말도 안 하고 경기할 정도로 긴장감이 상당했다”며 “살아남으려고 정신을 바짝 차리면서 오히려 내공을 키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민선은 지난해 자신의 시즌 성적표에 70점을 줬다. 작년 5월 KG·이데일리레이디스오픈에서 우승하며 상승세를 타는 듯했지만 8월에 손목을 다치면서 내리막을 걸었다. 자신의 상징이던 장타왕도 박성현에게 뺏겼다. 그는 절친한 사이인 김자영과 함께 전지훈련을 하며 약점인 쇼트게임을 다듬었다.

“손목이 아파서 어프로치는 물론 연습도 제대로 못했죠.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원래 거리가 잘 나오니까 웨이트 트레이닝에 신경 쓰지 않았는데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올해에는 웨이트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추어 때부터 한해에 2승을 해본 적이 없어요. 올해 목표는 2승과 장타왕입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