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어머니와 일본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노무라 하루(24·한화)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ISPS한다호주여자오픈(총상금 130만달러)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노무라는 21일(한국시간) 호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 애들레이드의 그레인지GC 서코스(파72·6600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8개를 쓸어담고 보기 1개를 범해 7언더파 65타를 쳤다. 최종합계 16언더파 272타. 노무라는 2위 리디아 고(19)를 3타 차로 따돌리고 대회 정상에 올랐다.
노무라 하루가 21일 호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에서 열린 LPGA투어 ISPS한다호주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LPGA홈페이지 캡처
노무라 하루가 21일 호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에서 열린 LPGA투어 ISPS한다호주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LPGA홈페이지 캡처
◆한국 이름 문민경, 한국어 익숙

2011년부터 미국 무대에서 뛴 노무라는 감격의 LPGA 첫 승을 기록했다. 이날 최종 라운드에선 건조하고 바람이 많이 부는 날씨 탓에 그린이 딱딱해져 선두권 선수들이 잘 버티지 못했다. 베테랑 캐리 웹(호주)은 경기가 잘 풀리지 않자 퍼터를 땅에 집어던지기도 했다. 대니얼 강도 주말 골퍼처럼 뒤땅을 치는 등 평정심을 잃으며 우승에서 멀어졌다.

신지은(24·한화), 대니얼 강과 함께 공동 1위로 4라운드를 출발한 노무라는 날카로운 퍼팅을 앞세워 단독 선두로 치고 올라섰다. 경기는 맹추격을 시작한 리디아 고와 함께 두 사람의 대결로 압축됐다.

노무라는 한때 리디아 고에게 공동 선두 자리를 내주기도 했지만 9번홀(파4)에서 8m짜리 장거리 버디 퍼트를 넣으며 격차를 벌리기 시작했다. 15번홀(파4)에서 까다로운 내리막 버디 퍼트를 성공시킨 노무라는 이후 3연속 버디에 성공하며 쐐기를 박았다. 17번홀(파4)에서도 9m짜리 버디 퍼트를 성공시켰다. 노무라는 경기가 끝난 뒤 “스스로도 믿기지 않는 퍼팅 감각이었다”며 “마지막에 보기를 한 것이 아쉽지만 이겼다”고 말했다.

노무라의 한국 이름은 문민경, 국적은 일본이다. 일본 요코하마에서 태어난 이후 일곱 살 때 한국으로 건너와 서울 명지중, 명지고를 졸업했다. 일본어보다 한국어가 더 익숙하다는 노무라는 이날 같은 조에서 경기한 재미 동포 대니얼 강과 한국말로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다. 격투기 선수 추성훈처럼 캐디백에 한국과 일본의 국기를 나란히 달아놨다. 노무라는 지난해 초청선수로 출전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한화금융클래식에서 우승해 상금 3억원을 받았다.

◆더블 보기에 무너진 신지은

리디아 고는 LPGA투어 시즌 첫 승, 대회 2연패, 2주 연속 우승을 동시에 노렸다. 공동 4위로 출발한 리디아 고는 이날 버디 6개와 보기 1개를 묶어 5언더파 67타로 맹추격했지만 노무라를 따라잡지는 못했다.

리디아 고는 시작부터 1번홀(파5)과 2번홀(파4)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노무라가 달아난 사이 18번홀에서 보기를 기록하며 우승에서 멀어졌다. 리디아 고는 노무라가 우승을 확정짓자 축하의 샴페인을 뿌려주며 밝게 웃었다.

LPGA 개막 후 ‘3주 연속 한국 선수 우승’의 특명을 짊어졌던 신지은은 이날 버디 2개와 보기 2개, 더블 보기 1개로 흔들리며 2오버파 74타에 그쳤다. 최종합계 7언더파 281타를 기록한 신지은은 공동 9위로 밀려났다. 장하나(24·비씨카드), 곽민서(25·JDX멀티스포츠), 대니얼 강은 최종합계 8언더파 280타로 공동 4위에 올랐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