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 해도 온몸이 뻣뻣하게 얼어붙을 것 같은 공포가 아마추어의 적 ‘뒤땅’이다. 기껏 드라이버샷 잘 치고, 아이언샷까지 완벽하게 날려 놓고선 땅을 파고 말았을 때 특히 그렇다.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뒤땅을 피하려다 토핑을 냈을 때는 거의 ‘멘붕’이다. 뒤땅보다 더 심각하다. 뒤땅은 앞에 떨어진 공을 한 번 더 치면 그만이지만, 토핑은 해저드나 OB 구역으로까지 공이 날아가 2~3타를 까먹기 일쑤다. 안정적인 칩샷으로 타수를 줄이는 방법은 없을까.
"겨드랑이 붙이고 어깨·몸통 회전으로 쳐야"
◆손목은 아예 없다고 생각

칩샷 어프로치는 풀 스윙에서 임팩트 구간만 따로 떼어낸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코킹이나 릴리스, 피니시가 필요없다. 스윙이 작고 단순해 더 쉬워야 하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도 드라이버, 아이언보다 더 많은 실수가 나오는 건 손목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손목을 또 쓸 것 같다는 공포감과 걱정이 오히려 손목에 힘이 들어가게 하는 경우도 잦다.

최송이 프로는 “공을 내려찍거나 때리려 할 때 손목에 힘이 들어가 뒤땅이나 토핑이 난다”며 “아예 손목이 없다고 생각하고 철저하게 어깨와 몸통으로 백스윙, 다운스윙, 임팩트를 완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때 반드시 겨드랑이를 몸통에 딱 붙여야 한다. 그립도 손가락이 아닌 손바닥 중심으로 잡아야 손목 사용을 억제할 수 있다.

클럽 샤프트가 팔뚝과 거의 일자가 된다는 느낌으로 잡는 게 요령이다. 손목을 쓰지 않으면 헤드 무게가 느껴지기 시작하고, 헤드가 오히려 손목과 팔을 끌고 다니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이 헤드 무게와 속도에 비례하는 자신만의 거리감을 찾아내야 한다는 게 최 프로의 조언이다.

“백스윙을 작게 해 공을 찍어쳐서 10m 안팎의 짧은 어프로치를 잘 치는 분들이 있긴 해요. 프로들도 상황에 따라 이런 샷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연습량이 부족한 아마추어는 이런 방식으로 30~50m 정도의 긴 어프로치에서 힘을 조절하기가 쉽지 않아 정확성이 떨어집니다.”

칩샷 어프로치가 끝났을 때는 그립 끝이 몸통 또는 배꼽을 향해 있는 게 정상이다. 그립이 왼쪽 옆구리 밖으로 비켜나 있는 건 프로의 기술샷에서는 볼 수 있지만 아마추어들이 시도하면 당겨치기나 슬라이스가 나기 쉽다.

◆몸 왼쪽으로 기울여도 좋아

손목 사용과 함께 가장 까다로운 부분이 체중 이동이다. 백스윙을 하면서 오른쪽으로 무게 이동을 한 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면 뒤땅과 퍼올리기(scooping) 등 많은 문제가 생긴다. 그러다 보니 왼발에 아예 무게를 실어놓고 스윙을 하는 ‘스택 앤드 틸트(stack and tilt)’를 권하는 레슨프로도 있다. 이게 오히려 불안정한 스윙을 유발하기도 한다는 게 최 프로의 지적이다.

“칩샷 어드레스 때 오른발보다 왼발에 몸무게를 살짝 더 실으면 좋긴 하지만 50 대 50으로 배분해도 큰 문제가 없어요. 중요한 건 체중 이동을 최소화할수록 좋다는 점입니다.”

백스윙 때 머리와 몸통을 왼쪽으로 살짝 기울이는 ‘역동작’을 하면 오른쪽으로 체중을 옮기지 않아도 되고 백스윙도 잘되는 효과가 있다. 실제 투어 프로에게서도 이런 기울이기 동작이 흔히 관찰된다.

마지막으로 꼭 지켜야 할 부분이 리듬이다. 최 프로는 “칩샷 어프로치는 어떤 샷보다 리듬을 잘 타야 정교한 방향과 거리 컨트롤이 잘 된다”며 “그립을 잡은 두 손이 허벅지를 스치듯 몸에 가깝게 붙어다닐수록 정확도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글=이관우/사진=신경훈 기자 leebro2@hankyung.com
"겨드랑이 붙이고 어깨·몸통 회전으로 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