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고요'에 대하여…
[김헌의 골프 재해석 (16)] 골프장 가는 길 댄스음악 듣는다? '고요'하지 않으면 평정심 잃는다!

고요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보인다. 사람의 마음도, 세상의 변화도 보이지 않는다. 세상살이의 이치가 그렇지만 골프는 더욱 그렇다. 욕심에 눈이 멀었다는 얘기다.

티샷을 더 멀리 보내야겠다는 욕망에 사로잡히면 타이거 우즈도 위험하다 싶을 만한 해저드와 계곡이 만만하게 보인다. 드라이버가 잘 맞고 짧은 거리가 남으면 붙여서 버디를 해야겠다는 욕심에 치명적인 벙커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캐디의 태도에 화가 나면 클럽 선택을 바꿔야 할 정도의 바람도 느껴지지 않고, 동반자에게 짜증이 나면 오르막, 내리막이 헛갈린다.

평정심을 잃은 마음 상태는 샷하기 전 정보수집 단계부터 문제를 일으킨다. 정보수집은 잘했다 하더라도 해석에서 더 큰 오류가 발생한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비뚤어진 마음은 샷을 심하게 왜곡한다.

어제는 잘됐는데, 연습장에서는 기막히게 맞았는데…. 제발 그런 무식한 말 좀 하지 말자. 맞아도 그만, 안 맞아도 그만인 연습장 샷과 ‘원샷 원킬’이어야 할 필드에서의 샷이 어찌 같을 수가 있나. 어제와 오늘 기분이 같지 않고 동반자, 날씨, 골프장도 다 다른데 어찌 오늘의 샷이 어제의 샷과 같기를 바랄까.

[김헌의 골프 재해석 (16)] 골프장 가는 길 댄스음악 듣는다? '고요'하지 않으면 평정심 잃는다!

외부 강의를 다니면 골프장 가는 길, 쿵쾅거리는 댄스음악 같은 건 절대 듣지 말라고 당부한다. 다들 코웃음을 친다. 강사가 농담으로 하는 이야긴 줄 안다. 그걸 농담이라 치부하는 사람은 ‘고요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골프의 본질을 정작 모르는 것이다. 차분한 명상음악 같은 걸 들으며 가야 한다. 속도광이던 벤 호건이 왜 골프장 가는 길엔 절대로 과속하지 않았겠는가. 월터 헤이건 같은 불세출의 영웅이 왜 라운드 전날부터 함께 있는 사람이 복장이 터질 만큼 느릿하게 행동했겠는가.

인간의 감각기관과 그 판단은 믿을 만한 것이 못 된다. 인류 역사를 100으로 보면 99의 긴 세월 동안 인간은 시각, 청각, 후각의 정보를 순식간에 종합해 호랑이인지, 토끼인지 구별하는 데 써왔다. 도망갈지 쫓아갈지를 판단하는 용도로 써왔다는 얘기다. 생존하기 위해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고 그런 용도로 감각기관이 발달해온 거다. 문제는 거칠게 모인 정보는 정확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의심을 품고 다시 보고, 음미하고, 재해석하고, 또 종합해야 한다. 이 과정은 고요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샷의 완성보다 샷을 대하는 마음의 평온함이 더 시급한 문제라는 다짐으로 새롭게 시작해보자. 고요하게 더 고요하게.

김헌 < 마음골프학교 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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