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홀 '노 보기'…펄펄 나는 장하나
“새로 산 강아지 이름을 앨버트로스로 지었어요. 올해는 좀 달라지겠죠? 하하.”

장하나(24·비씨카드·사진)의 미국 별명은 ‘네잎클로버 소녀’다. 골프의 80%는 행운이라는 생각에서 골프가방에 네잎클로버를 새겼더니 현지 팬들이 그렇게 불렀다. 이제 또 다른 애칭이 붙을 참이다. ‘앨버트로스 걸’이다. 지난주 퓨어실크바하마클래식 대회 8번홀(파4)에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사상 첫 ‘파4 앨버트로스’를 기록한 뒤 기분 좋은 일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한국식 큰절로 기념 세리머니를 한 지 나흘 만에 열린 두 번째 대회에서 그는 단독 선두로 치고 나왔다. 투어 첫 승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준우승 징크스, 이번엔 날릴까

장하나는 4일 미국 플로리다주 오칼라의 골든오칼라GC(파72·6541야드)에서 열린 LPGA투어 코츠골프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7언더파를 몰아쳤다. 보기 없이 버디만 7개를 뽑아냈다. 4언더파를 친 김세영(23·미래에셋) 전인지(22·하이트진로) 등 6명의 2위그룹과는 3타 차 독주다. 그는 “ 코스와 궁합이 맞는 것 같아 좋은 예감이 든다”며 “스코어에 신경쓰지 않고 최대한 간결하게 샷을 하려 했는데 운이 많이 따른 것 같다”고 말했다. 장하나는 개막전부터 이번 대회 1라운드까지 54개홀 연속 ‘노(no)보기’ 기록을 이어갔다.

지난해 LPGA에 데뷔한 장하나는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2015 코츠챔피언십에서 선두를 달리다 선배 최나연(29·SK텔레콤)에게 밀려 준우승을 했다. 이후 7월 열린 마라톤클래식에서도 최운정(26·볼빅)에게 연장전 끝에 패했다. 8월 캄비아포틀랜드클래식에선 당시 17세 골프 천재 브룩 헨더슨(캐나다)에게 우승컵을 내줬다. 마지막 대회인 CME그룹챔피언십에서는 3라운드 선두를 달리다 크리스티 커(미국)에게 우승 상금 50만달러를 뺏겼다. 준우승으로 시즌을 시작해 준우승으로 끝낸 셈이다. 그래도 그는 늘 웃었다. 그는 “준우승이 징크스가 될 것 같아 오히려 웃으려 했다. 올해에는 우승으로 시작해 우승으로 끝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미·일 3개국 메이저대회를 석권한 끝에 올해 LPGA에 진출한 ‘슈퍼 루키’ 전인지도 감기몸살로 몸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우승 기대감을 키웠다. 보기 없이 버디만 4개를 잡아낸 전인지는 김세영과 함께 2위그룹에 이름을 올려 높은 ‘K골프 장벽’을 쌓은 모양새다.

◆렉시 톰슨, 눈감고 퍼팅 ‘신기하네’

눈 감고 퍼팅하는 렉시 톰슨.
눈 감고 퍼팅하는 렉시 톰슨.
이날 갤러리들의 관심을 모은 또 다른 선수는 괴력의 장타자 렉시 톰슨(미국)이다. 3언더파로 공동 8위그룹에 이름을 올린 그는 눈을 감고 스트로크하는 독특한 퍼팅을 선보였다. 그러고도 전반에만 6개의 버디를 뽑아냈다. 후반에는 1m짜리 짧은 퍼팅을 어이없이 놓치면서 연속 보기를 범하는 등 아직은 ‘퍼팅 실험’ 중임을 시사했다. 그는 “작년에 퍼팅감이 너무 좋지 않아 눈을 감고 하는 퍼팅을 집중적으로 연습했다. 이후 퍼팅감각이 눈에 띄게 좋아져 실전에서 한번 사용해봤다”고 말했다. 눈을 감고 하는 퍼팅은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도 한때 시도한 방식이다. 손끝의 감각을 고도로 집중하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전에서 쓰는 선수는 거의 없다.

‘불편한 티샷’을 할 것으로 관심을 모았던 페테르센과 앨리슨 리(미국)는 예상과 달리 페어웨이에서 웃으며 대화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페테르센은 “기억도 가물가물한 일이다. 우린 그 후에 라운드를 하면서 모두 털어버렸다”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