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 전성기 때 300만 달러…최경주·박세리도 받아
KLPAG투어대회엔 초청료 사라져…후원 계약 때 국내 대회 출전 약정


아시아프로골프투어 싱가포르오픈에서 한국 골프의 '영건' 송영 한(25·신한금융)은 골프 세계랭킹 1위 조던 스피스(미국)를 1타차로 꺾어 파란의 주인공이 됐다.

송영한은 싱가포르오픈 우승으로 우승 상금 18만 달러(약 2억1천633만원)를 받았다.

지난해 송영한이 1년 내내 벌어들인 돈이 6억원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큰 돈이다.

하지만 지갑은 준우승자 스피스가 더 두둑하다.

스피스는 대회에 참가하는 대가로 이미 120만 달러(약 14억4천264만원)를 챙겼다.

준우승 상금 11만 달러(약 1억3천223만원)까지 합치면 16억원에 육박한다.

우승자 송영한보다 14억원 가까이 더 벌었다.

초청료가 만들어낸 요지경인 셈이다.

스피스는 싱가포르오픈에 앞서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유럽투어 HSBC챔피언십에도 초청료 100만 달러(약 12억220만원)를 받고 출전했다.

HSBC챔피언십은 총상금은 270만 달러(약 32억4천594만원)이지만 초청료만 300만 달러(약 36억660만원)를 쏟아부었다.

세계랭킹 1위 스피스와 세계랭킹 3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그리고 출전 당시 세계랭킹 6위 리키 파울러(미국) 세 명에게 지급한 초청료가 300만 달러로 알려졌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보다 위상이 취약한 유럽프로골프투어나 아시아프로골프투어, 일본프로골프투어에서 PGA투어 정상급 선수를 출전시키려면 거액의 초청료를 지급한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러나 초청료는 주는 쪽이나 받는 쪽이나 한 번도 공식적으로 인정한 적이 없다.

그렇지만 워낙 연관된 사람이 많아 주고받은 액수는 대개 윤곽이 드러난다.

초청료는 선수의 인기와 비례한다.

단순히 세계랭킹이 높다거나 성적이 좋다고 해서 많은 돈을 받는 건 아니다.

초청료 시장 가격은 대회 흥행 기여도가 좌우한다.

지금까지 골프대회 초청료에서 타이거 우즈(미국)를 넘어선 선수는 없다.

우즈는 전성기 때 UAE 두바이에서 열린 유럽투어대회에서 초청료만 300만 달러를 받았다.

당시 우즈에게 300만 달러를 주고 치른 두바이데저트클래식 우승 상금이 40만 달러였다.

우즈 한 명에게 쓴 초청료가 우승 상금의 10배 가까이 됐다는 얘기다.

우즈는 일본투어 던롭 피닉스토너먼트에서 초청료로만 400만 달러를 챙겼다는 설도 있지만 확인은 되지 않았다.

어쨌든 당시 중동이나 아시아 지역에서 우즈를 부르려면 200만 달러가 하한선이라는 게 정설이었다.

이는 4라운드 대회에 프로암, 그리고 연습 라운드 등 5일 기준이다.

그는 2004년 한국 제주도를 방문해 1박2일을 머물며 프로암 한번, 스킨스게임 한번 등 두번 라운드를 치르고 160만 달러를 받았다.

어니 엘스(남아공)가 4라운드 스트로크 대회인 한국오픈에 출전하면서 받은 초청료 90만 달러에 비하면 우즈의 초청료가 얼마나 비쌌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큰 대회에서 우승하면 선수 몸값이 일시적으로 훌쩍 뛴다.

송영한 처럼 세계무대에 전혀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다가 2007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유럽투어 HSBC챔피언스에서 세계랭킹 1, 2위 우즈와 짐 퓨릭(미국), 그리고 US오픈 챔피언 레티프 구센(남아공)을 꺾고 우승한 양용은(44)도 곧바로 초청료를 받는 선수로 신분이 격상됐다.

미국동포 미셸 위는 2006년 SK텔레콤오픈에 출전할 때 초청료만 7억원을 받았다.

이렇다 할 성적은 없었지만 당시 미셸 위의 인기가 상종가였기에 정상급 선수만 받는 거액의 초청료를 챙길 수 있었다.

골프 선수 가운데 100만 달러가 넘는 초청료를 받는 선수는 손에 꼽는다.

지금은 스피스, 매킬로이, 파울러 말고는 미켈슨 정도다.

국내 대회에 세계 정상급 선수가 출전했다면 필시 초청료를 줬다고 보면 맞다.

한국 선수라도 PGA투어나 LPGA투어에서 정상급 성적을 내고 국내 대회에 출전하면 초청료를 받았다.

최경주(46·SK텔레콤)와 박세리(39)도 30∼50만 달러씩 받았다.

그러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대회에서는 초청료가 사라졌다.

국내 선수 인기가 치솟으면서 굳이 비싼 초청료를 들여 LPGA투어 선수를 불러들일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LPGA투어에서 서너차례 우승한 선수라면 1억원 이상을 받았지만 요즘은 왕복 비행기삯과 호텔비 등 실비 정도만 지급한다.

국내 기업은 LPGA투어 선수와 후원 계약을 할 때 국내 대회 출전을 약정하기도 한다.

국내 골프 관련 매니지먼트 업계 관계자는 "거액의 초청료를 주고 불러들인 선수가 대회 흥행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던 사례도 많았다"면서 "요즘은 확실한 흥행 카드라고 보장되지 않으면 대회 주최 기업이 지갑을 열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