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바가지 요금' 눈살

숙박비 3배까지 부르기도
"폭설을 대목으로 여겨" 분통
제주도민들의 따뜻한 온정에도 불구하고 일부 택시, 렌터카, 숙박업소들의 ‘바가지 상술’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연간 내외국인 관광객 1360만명을 돌파한 ‘한국관광의 메카’인 제주도의 이미지에도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5일 제주공항에서 만난 이모씨(57)는 “렌터카를 운전하다 눈길에 빠져 견인차를 불렀는데, 고작 10㎞를 가는데 수십만원을 요구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공항 체류객 정모씨(33)는 “2박3일 동안 두 명이 100만원을 넘게 쓴 것 같다”며 울상을 지었다. 그는 “렌터카 사용을 연장하려고 했더니 요금이 두 배나 뛰었고, 무료였던 스노체인도 대여료를 2만원이나 달라고 하더라”며 “폭설을 대목으로 여기는 것 같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눈길 사고와 교통정체를 우려한 택시기사들이 운행을 꺼리면서 바가지요금도 기승을 부렸다.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 주말 폭설로 택시 가동률이 30%대에 머무른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국제공항에서 제주 시내로 나가는 4㎞ 구간에 대해 5만원가량의 택시비를 요구한 경우도 있었다.

‘숙박 대란’의 틈을 노려 일부 호텔은 여름 성수기보다 높은 가격을 요구했다. A여행사 관계자는 “단체 여행객이 많이 묵는 제주 시내 4성급 호텔은 2인1실 기준 1박에 5만~6만원인데, 이번에는 15만원을 달라고 하더라”고 했다. 일부 숙박업소는 “중국인 관광객 손님을 받을 수가 없다”고 해 원성을 샀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 제도적 정비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관광제주’의 위상이 바닥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제주 인바운드 여행사 C대표는 “제주도 차원에서 호텔·렌터카 업체 등에 추가 요금을 받지 말라는 공문 한 장이라도 보냈다면 피해가 덜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제주=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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