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던 스피스(미국), 제이슨 데이(호주),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각축을 벌이고 있는 세계 남자골프 ‘빅3’의 경쟁이 ‘빅4’로 재편되고 있다. 리키 파울러(미국·사진)가 24일(한국시간) 유럽프로골프투어 아부다비HSBC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강한 상승세를 탔기 때문이다.

파울러는 이 대회 1~2라운드에서 세계랭킹 1위 스피스, 3위 매킬로이와 한 조에 편성됐다. 경기 초반 전문가들은 파울러가 ‘들러리’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파울러는 첫 홀부터 보기를 기록하며 경쟁에서 낙오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매킬로이의 버디 행진과 스피스의 ‘슈퍼 세이브’가 이어지는 동안에도 파울러는 차분히 자신의 경기에 집중했다. 매킬로이와 스피스가 장타를 앞세워 투온을 시도할 때도 신경쓰지 않고 잘라 가며 타수를 지켰다.

그는 결국 최종합계 16언더파 272타를 기록해 매킬로이(14언더파)는 물론 헨리크 스텐손(14언더파), 스피스(11언더파) 등 강력한 경쟁자를 모두 따돌리고 우승컵을 차지했다. 세계랭킹 6위인 파울러는 최근 9개월간 4승을 올렸고, 이번 우승으로 랭킹 4위까지 뛰어오를 전망이다.

스피스가 모범생처럼 바른 이미지라면 파울러는 반항아 이미지다. 잘생긴 얼굴에 매서운 눈빛, 뛰어난 패션감각으로 ‘필드의 아이돌’로 불린다. 챙을 평평하게 펴서 쓴 모자와 오렌지색 상의 등으로 한눈에 다른 선수들과 구별된다.

그 덕분에 여성과 젊은 골프팬에게 인기가 많았지만 그만큼 성적이 나지는 않아 작년 초까지만 해도 ‘거품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동료들로부터 ‘가장 과대평가되는 선수’라는 냉소적인 평가도 받았다.

파울러가 가능성을 인정받은 경기는 ‘제5의 메이저’로 불리는 플레이어스챔피언십이었다. 그는 작년 이 대회 마지막 6개홀에서 버디 4개와 이글 1개를 몰아치며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가 우승을 차지했다.

노련한 교습가 부치 하먼과 올 시즌을 준비한 파울러는 아부다비HSBC챔피언십에서 작년보다 더 정교해진 쇼트게임 능력과 차분한 경기 운영 능력을 선보였다. 파울러의 다음 목표는 메이저 우승이다. 그는 “아직 빅3를 충분히 따라잡지는 못했지만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다면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의욕을 나타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