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 조던 스피스(미국)와 3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새해 첫 맞대결부터 불꽃 튀는 승부를 펼쳤다. 창과 방패의 대결이었다. 매킬로이는 특유의 장타를 앞세워 화려한 ‘공격 골프’를 펼쳤고 스피스는 수차례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고 견고한 ‘방어 골프’로 맞섰다. 21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GC에서 개막한 유럽프로골프투어 아부다비HSBC챔피언십(총상금 270만달러)에서다.

◆매킬로이 화려한 공격 골프

두 선수는 이날 1라운드에서 또 한 명의 ‘영건’ 리키 파울러와 10번홀에서 출발했다. 세계 골프팬의 관심은 스피스와 매킬로이의 맞대결에 쏠렸다.

매킬로이
매킬로이
먼저 기선을 제압한 쪽은 매킬로이였다. 지난해 11월 이후 2개월여 만에 모습을 나타낸 매킬로이는 첫 번째 홀인 10번홀(파5)부터 과감하게 투온을 시도했다. 공은 그린 앞 벙커에 빠졌지만 잘 살려낸 뒤 가볍게 버디를 잡아냈다. 이어 11번홀(파4)에서도 버디를 잡아내며 한 발 앞서갔다. 32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도 여전했다.

지난해 12월 시력교정 수술을 받은 매킬로이는 정교한 퍼트 감각을 선보였다. 13번홀(파4)에서 스리퍼트를 하며 보기를 기록한 것이 아쉬웠지만 14번홀(파4)에선 4m가 넘는 버디 퍼트에 성공하며 타수를 줄였다. 15번홀(파3)에서도 정교한 퍼트로 2연속 버디를 잡았다. 8번홀(파5)에선 5m짜리 버디를 잡아냈다.

매킬로이는 열 살 때부터 렌즈를 착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킬로이는 “그린을 잘 읽는 편이라고 생각하지만 최고는 아니었다”며 “퍼팅을 잘하려고 눈 수술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눈 수술을 받은 뒤 50야드 이내 거리의 경기에서 큰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매킬로이의 퍼트 순위는 126위였다. 매킬로이는 버디 8개, 보기 2개를 묶어 6언더파 66타를 쳐 공동 3위를 달리고 있다.

◆스피스의 단단한 ‘강철 멘탈’

스피스
스피스
스피스는 PGA투어 새해 첫 대회인 현대토너먼트오브챔피언스에서 30언더파의 기록적인 스코어를 적어 내며 절정의 샷 감각을 선보였다. 하지만 이날은 티샷이 흔들렸다. 절반가량의 티샷이 페어웨이를 벗어났다. ‘송곳 아이언샷’도 말을 듣지 않았다. 하지만 스피스는 동반자 매킬로이의 버디쇼에도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경기를 하며 ‘강철 멘탈’을 과시했다.

파 행진을 거듭하던 스피스는 여섯 번째 홀인 15번홀(파3)에서 첫 버디를 잡았다. 17번홀(파4)에서는 첫 번째 샷과 두 번째 샷이 모두 벙커에 빠졌지만 세 번째 샷을 홀컵 옆에 붙이며 기어코 파를 지켰다. 2번홀(파5)에서 첫 보기를 했지만 4번홀(파3)에서 다시 버디를 잡아내며 만회했다. 스피스는 마지막 9번홀(파4)에서 4m짜리 버디 퍼트를 성공, 매킬로이와 격차를 2타로 줄였다. 스피스는 4언더파 68타로 공동 7위다.

지난해 유럽투어 BMW PGA챔피언십 우승과 함께 신인왕까지 차지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안병훈(25·CJ)도 쾌조의 샷감을 선보였다. 10번홀에서 출발한 안병훈은 버디 5개를 잡고, 보기는 2개로 막아 공동 12위를 달리고 있다. 아마추어 골퍼 브라이슨 디섐보(미국)가 8언더파로 헨리크 스텐손(스웨덴·7언더파)을 1타차로 제치고 단독 선두에 올랐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