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로 700경기 출장 기록 세우고도 추운 겨울
"선수생활 이어나갈지는 천천히 고민"


'꽁지머리' 골키퍼 김병지(46)에게는 어느 때보다 이번 겨울이 춥게만 느껴진다.

한국 축구의 산역사인 그는 지난해 말 소속팀이었던 전남 드래곤즈로부터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이에 '무적' 선수가 되면서 은퇴 기로에 놓였다.

여기에 작년 11월 제기됐던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의 폭행 논란이 지금도 해결되지 않아 그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하고 있다.

당시 사과도 하지 않았다는 등 가족들의 처신을 문제 삼는 주장도 나오면서 그는 "패륜 가족인 것처럼 퍼지고 있어 억울하다"며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1992년 K리그에 데뷔해 무려 24시즌을 뛰면서 지난 시즌 역대 처음 '700경기 출장'이라는 기록을 세운 선수치고는 혹독한 겨울인 셈이다.

이렇다 보니 그는 올 시즌을 대비하기 위해 K리그 팀들이 해외로 전지훈련을 떠난 사이 홀로 국내에 남아 틈틈이 개인 훈련으로 겨울을 보내고 있다.

그나마 자연스럽게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가족 문제가 있다 보니 마음이 편치 않고 정작 자신의 문제를 생각할 마음의 여유가 없다.

김병지는 "유명인이다보니 섣불리 행동할 수도 없고, 상대에 같이 맞대응할 수 없다"며 아들 문제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어 "그래도 침묵한다는 것은 인정하는 것으로 비춰지기 때문에 법률적인 조언을 받아 조만간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병지는 그러면서 자신의 문제는 그다음이라고 했다.

가족 문제가 우선이다보니 앞으로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했고, 결정된 것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구단들과 교섭을 벌일 수 있는 시간이 있는 만큼(다음달 29일까지)로 가족 문제를 정리한 뒤 고민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병지는 선수 생활을 이어나가는 것에 대해서는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팀을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선수 생활을 이어간다고 마음만 먹으면 올 시즌에도 뛸 수 있다는 것이다.

"에이전트를 통해 관심 있어하는 팀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현재 골키퍼 포지션도 비어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번 겨울에는 특히 각 구단의 골대가 비어있다
수원 삼성의 정성룡(31)과 울산 현대 김승규(26), 부산 아이파크 골키퍼 이범영(27)은 일본 J리그로 이적했다.

성남FC 골키퍼 박준혁(28)은 군에 입대했다.

김병지는 이어 "경기력은 하루 아침에 좋아지거나 나빠지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경기력에 대한 문제는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그럼에도 그가 고민하는 것은 40대 후반의 가장으로서 가족들이다.

그는 "1~2년 선수 생활을 연장하는 것이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것인지 충분한 시간을 갖고 고민해 볼 계획"이라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taejong7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