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우가 17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소니오픈 3라운드 17번홀(파3)에서 아이언 티샷을 한 뒤 날아가는 공을 바라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김시우가 17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소니오픈 3라운드 17번홀(파3)에서 아이언 티샷을 한 뒤 날아가는 공을 바라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2012년 12월 세계 남자골프계에 작은 사건이 하나 일어났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가 시행한 퀄리파잉스쿨(Q스쿨)에서 만 17세의 한국 고교생 김시우(21·CJ)가 PGA 투어 2013 시즌 출전권을 따내는 이변을 일으킨 것이다. 17세5개월6일의 PGA 역대 최연소 Q스쿨 합격이었다.

김시우는 그러나 오래가지 않아 잊혀졌다. 나이 제한(만 18세)에 걸려 1부 투어를 제대로 뛰지 못하고 2부 투어로 밀려났기 때문이다. 김시우는 지난해 우승 한 번을 포함해 ‘톱10’에 다섯 차례 진입하는 등 준수한 성적을 올려 올 시즌 다시 1부 투어에 복귀했다. 그 사이 4년이 흘렀다.

◆‘18번홀의 사나이’ 이틀 연속 이글

김시우가 새해 처음 출전한 대회에서 생애 첫 승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김시우는 17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의 와이알레CC(파70·744야드)에서 열린 소니오픈 3라운드에서 5타를 줄여 중간합계 14언더파를 기록했다. 16언더파를 친 공동선두 브랜트 스네데커(미국)와 잭 블레어(미국)에 2타 뒤진 단독 4위다. 그는 보기 1개, 버디 4개, 이글 1개를 잡아내는 안정된 경기력을 선보이며 순위를 세 계단 끌어올렸다.

김시우는 첫 홀을 포함해 8개홀에서 모두 300야드가 넘는 드라이버 샷을 날렸다. 덕분에 18개홀 가운데 가장 까다로운 홀로 꼽힌 첫 홀을 파로 잘 버텨냈고, 9번홀(파5)에서 첫 버디를 잡아내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10번홀(파4)과 12번홀(파4), 17번홀에서 버디를 추가한 김시우는 왼쪽으로 굽은 ‘도그레그(dog-leg)’ 홀인 18번홀(파5)에서는 나무를 넘겨 치는 339야드짜리 ‘하이 드로’샷으로 페어웨이를 공략한 뒤 아이언으로 2온에 성공, 4m짜리 이글을 잡아냈다. 김시우는 전날 2라운드 18번홀에서도 벙커샷 이글을 잡아내 18번홀에서 유독 강한 면모를 보였다.

◆실수해도, 성공해도 무표정 ‘멘탈 갑’

이번 대회에는 세계랭킹 1~3위인 조던 스피스(미국)와 제이슨 데이(호주), 로리 매킬로이(아일랜드)가 출전하지 않았다. 하지만 메이저 대회 우승자인 잭 존슨(미국), 아담 스콧(호주), 맷 쿠차(미국) 등 강호들이 대거 출전한 데다 2부 투어에서 샷 담금질을 마친 루키 등 144명이 출전해 경쟁이 치열했다.

그만큼 긴장도가 높았지만 김시우는 내내 무표정한 ‘포커페이스’로 경기에 집중하는 등 투어 4년차 답지 않은 노련미로 선두권을 야금야금 추격했다. 나상현 프로는 “지난해와 달리 드라이버 비거리가 20야드 안팎 늘어난 데다 웬만한 샷 실수에도 표정 변화가 없는 등 정신적으로 몰라보게 강해진 것 같다”며 “앞으로의 활약이 더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김시우의 성적은 해가 갈수록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 2013년 2부 투어 대회에서 한 번도 10위권 안에 들지 못했던 그는 2014년 두 번, 2015년 다섯 번 ‘톱10’에 진입했다. 예선통과 횟수도 같은 기간 4회에서 18회로 껑충 뛰었다.

K브러더스의 ‘맏형’ 최경주(46·SK텔레콤)와 노승열(25·나이키골프)은 공동 52위(6언더파)로 경기를 마쳤다. 뉴질랜드 동포 대니 리(26)는 공동 13위(10언더파), 재미동포 케빈 나(33)는 공동 23위(9언더파)에 이름을 올리며 상위권 진입의 여지를 남겼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