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태가 지난해 자신의 시즌을 평가하며 엄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그는 “프로 데뷔 이후 가장 좋은 시즌을 보냈다”며 “올해는 미국이라는 더 큰 목표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김경태가 지난해 자신의 시즌을 평가하며 엄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그는 “프로 데뷔 이후 가장 좋은 시즌을 보냈다”며 “올해는 미국이라는 더 큰 목표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저 단타자 아닙니다. 왜 그런 이미지가 생겼는지 모르겠어요. 제 스윙이 미국 무대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일본프로골프(JGTO)에서 5승을 올리며 상금왕을 차지한 김경태(30·신한금융그룹)는 올해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진출을 목표로 잡았다. 그는 “주변에서 너는 일본 무대가 딱 맞는다고 얘기하는 분이 많지만 사람은 더 큰 목표가 있어야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올해 프로 10년차를 맞은 김경태는 “남자 나이 서른이면 새로운 도전을 하기에 딱 좋은 나이다. 지금이야말로 미국에 진출할 적기”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해 오랜 슬럼프에서 빠져나와 부활에 성공했다.

김경태는 아마추어 시절 이미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 2승을 올렸고,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2관왕을 차지했다. 승승장구하던 김경태는 2011년 이후 긴 슬럼프에 빠졌다. 다 잡았던 PGA 티켓을 놓쳤고, 18위까지 올랐던 세계랭킹은 작년 4월 352위까지 떨어졌다. 김경태는 “기술적인 스윙보다는 감각에 의존해 골프를 쳤는데 그러다보니 한번 감각을 잃어버리면 슬럼프가 오래갔다”고 설명했다.

김경태 "멀리 못 친다고요?…PGA 가도 뒤지지 않죠"
고민하던 김경태는 2014년 겨울 프로 선배 모중경(45)을 찾아갔다. 김경태는 “선배와 함께 백스윙을 간결하게 다듬으면서 샷이 좋아졌고 자신감도 되찾았다”고 말했다. 김경태는 그때보다 아이언샷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2014년 64.81%(51위)였던 그린 적중률이 70.28%(1위)로 올라갔다.

지난해 6월 김경태는 타일랜드오픈에서 3년 만의 우승으로 분위기를 바꾼 뒤 승승장구했다. 그는 “2010년에도 상금왕에 올랐지만 개인적으로 작년이 최고의 시즌이었던 것 같다”며 “이런 분위기를 잘 몰아 최종 목표인 미국 진출까지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김경태는 멀리 치는 선수는 아니다. 지난해 JGTO에서 평균 드라이버샷 거리 54위(275.51야드)였다. ‘미국에서 뛰려면 거리를 더 늘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묻자 그는 발끈했다.

“주변에서 자꾸 거리가 짧다고 하는데, 제가 단타자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HSBC챔피언스 대회 때 같이 친 우승자 러셀 녹스(미국)에게도 거리는 지지 않았어요. 2010년 PGA 대회에 몇 번 출전해보니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는 걸 느꼈습니다. 오히려 PGA 선수들은 쇼트게임이 뛰어납니다. 어프로치를 잘하니까 너무 쉽게 버디를 잡아버리더라고요. 다만 메이저 대회까지 바라보려면 웨이트트레이닝을 지금보다 더 해 10야드 정도 비거리를 늘려야겠죠.”

그는 “미국에서 활동하려면 언어와 문화를 빨리 익혀 주변 분위기에 주눅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것이 과거 PGA 대회에 출전해 얻은 교훈”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에 진출하는 후배들도 일본어와 문화를 빨리 익혀야 투어 생활을 수월하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경태는 올해 세계랭킹을 올리고 PGA 대회에 초청 선수로 출전해 페덱스컵 랭킹을 올리는 방법으로 미국에 진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PGA 투어 페덱스컵 랭킹 200위 안에 들면 PGA 2부 투어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받을 수 있고, 여기서 상금랭킹 50위 안에 들면 2016~2017시즌 PGA투어 시드를 얻을 수 있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메달도 놓칠 수 없다. 김경태는 안병훈(CJ)과 함께 올림픽 출전이 유력하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본 김경태는 “112년 만에 부활한 올림픽 골프에 참가하는 것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며 “우리에게도 충분히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그에게는 또 다른 강한 동기 부여가 있다. 지난해 4월 태어난 아들 재현이다. 김경태는 “경기를 끝내고 영상통화로 아이를 보며 그날의 피로를 싹 잊는다. 아빠가 되니 더 책임을 느낀다”며 환하게 웃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