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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싱글 1∼5위 가운데 3명이 '초등학생'

"어릴 때 김연아 언니의 동영상을 계속 돌려보면서 피겨 선수의 꿈을 키웠어요."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피겨 사상 첫 금메달의 기적을 일궈낸 '피겨퀸' 김연아(26)를 보고 피겨 선수의 꿈을 키운 '연아 키즈' 유영(문원초)이 국내 피겨 여자 싱글 최정상 자리에 올랐다.

10일 목동실내빙상장에서 열린 제70회 한국 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에서 '만 11세 8개월'의 초등학생 유영이 총점 183.75점으로 우승의 영광을 맛봤다.

유영은 이날 우승으로 김연아가 2003년 이 대회에서 작성한 역대 최연소 우승(만 12세 6개월) 기록을 갈아치우는 기쁨을 만끽했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도 클린 연기를 펼치며 61.09점으로 1위에 올랐던 유영은 프리스케이팅에서도 122.66점을 따내면 1위를 차지해 종합 우승자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키 143㎝에 몸무게 31㎏에 불과한 '어린 꼬마'지만 유영은 빠른 스피드와 점프에서 뛰어난 비거리를 자랑하며 언니들을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4년 5월 한국에서 태어난 유영은 어릴 때 싱가포르로 유학을 떠나 현지에서 만 6살 때 피겨를 시작했다.

2010년 싱가포르에서 취미로 피겨를 시작했다.

당시 유영의 시청각 교재는 '피겨퀸' 김연아의 경기 장면이었다.

유영은 "어릴 때 연아 언니의 동영상을 계속 돌려보면서 본받으려고 노력했다"며 "본격적으로 선수 생활을 하려고 2013년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날 연기를 마친 뒤 눈물을 머금은 유영은 "클린 연기만 해도 좋았을 뻔했는데 점수까지 잘 나와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며 "그동안 힘들게 훈련한 게 생각나서 그런 것 같다"고 웃음을 지었다.

하루 6∼7시간을 훈련에 매진하는 유영의 다음 과제는 트리플 악셀(공중 3회전반)이다.

이미 국내 여자 싱글 선수들도 트리플-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가 일반화돼 있어서 국내는 물론 국제무대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려면 고난도 점프 과제가 필요한 상황이 됐다.

유영은 "이번 시즌 전에 트리플 악셀을 연습해봤는데 실전에서 사용하기에는 너무 완성도가 떨어졌다"며 "이번 시즌이 끝나고 나면 트리플 악셀 연습을 다시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유영은 이번 종합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지만 나이 제안 때문에 세계선수권대회(2015년 7월 기준 만 15세 이상)는 물론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만 13세 이상)에도 출전할 수 없다.

더불어 어린 선수들이 지나친 경쟁에 몰리는 것을 방지하고 부상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2003년 7월 1일 이전에 태어난 선수만 대표선수로 발탁될 수 있도록 올해 1월1일부터 규정이 바뀌면서 태극마크도 달 수 없다.

이 때문에 빙상연맹도 유영이 실력을 계속 키워나갈 수 있도록 대책 마련을 준비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이번 대회 여자 싱글에서 1∼5위에 오른 선수 가운데 초등학생이 무려 3명이나 포함되면서 박소연, 김해진(과천고)으로 대표되던 여자 싱글에도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게 불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