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 톰스 스윙스피드는 박성현과 비슷…정확도는 투어 최고 수준

장타는 모든 골퍼의 소망이다.

아무리 형편없는 스코어를 받아들었다 해도 단 한 차례 빨랫줄 장타만 쳐도 기분 좋다는 주말 골퍼가 많다.

장타는 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기분을 좋게 만드는 묘약이다.

아기자기한 샷으로 성적을 내는 선수보다 기복은 심해도 시원한 장타를 날리는 선수가 인기가 더 좋다.

장타는 프로 선수에게는 투어 무대에서 생존하는 데 꼭 필요한 무기이기도 하다.

세계 최고수들이 집결해 우승 상금만 10억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돈을 걸고 기량을 겨루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는 장타력은 없어서는 안 될 기본기가 된 지 오래다.

장타는 빠른 헤드 스피드에서 나온다는 사실은 상식이다.

PGA투어에서 헤드 스피드가 가장 빠른 선수는 올해 2년차를 맞는 토니 피나우(미국)다.

드라이버 헤드 스피드가 무려 시속 124마일이다.

PGA투어 선수 평균 헤드 스피드는 시속 112마일이다.

피나우의 헤드 스피드는 평균보다 무려 12마일 더 빠르다.

이런 빠른 헤드 스피드 덕에 피나우는 지난 시즌 평균 비거리 309야드의 장타를 펑펑 날렸다.

지난 시즌 PGA투어에 데뷔한 피나우는 우승은 없지만 5차례 톱10 입상으로 투어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신인왕 경쟁에서 대니얼 버거(미국)에 밀렸으나 피나우는 PGA투어에서 주목받는 신예로 자리 잡았다.

장타자의 대명사 버바 왓슨(미국)도 헤드 스피드가 엄청나게 빠르다.

드라이버 헤드 스피드가 시속 123.5마일까지 나온다.

투어에서 2위에 해당하는 평균 드라이브샷 비거리 315.2야드는 이런 빠른 헤드 스피드가 바탕이 됐다.

왓슨이 피나우보다 스윙 스피드는 다소 느려도 비거리를 더 낸 비결은 볼을 정확하게 맞히는 능력이 뛰어나서다.

임팩트가 얼마나 정확한지를 가늠하는 스매시팩터 지수가 왓슨은 1.494로 피나우(1.472)보다 훨씬 높다.

스매시팩터가 1.50에 가까울수록 공을 정확하게 맞힌다는 뜻이다.

스윙 스피드가 빠른 선수는 스매시팩터 지수가 나쁜 경우가 많지만 왓슨은 스윙 스피드와 스매시팩터가 다같이 좋은 선수 가운데 한명이다.

올해 3년차 브룩스 켑카(미국)도 스윙 스피드라면 PGA 투어에서 최고 수준이다.

그는 시속 122.77마일이라는 빠른 속도로 드라이버를 휘두른다.

평균 비거리가 무려 309.2야드에 이른다.

스윙 스피드가 느린 선수는 당연하게도 비거리가 짧다.

PGA투어에서 스윙 스피드 꼴찌 선수들은 대개 마흔을 넘긴 노장들이다.

이들은 원래도 장타자가 아니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스윙 스피드가 더 느려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PGA투어에서 가장 스윙 스피드가 느린 선수는 노장 데이비드 톰스(미국)다.

지난해 측정한 톰스의 드라이버 헤드 스피드는 시속 101.87마일. 작년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 한화금융클래식 때 박성현(23·넵스)의 드라이버 헤드 스피드는 시속 99.2마일이었다.

톰스는 메이저대회 1승을 포함해 통산 13승을 올렸다.

내년에 쉰살이 되는 톰스는 전성기 때도 장타자는 아니었다.

짧은 비거리의 약점을 정확한 샷으로 메꾸며 24년째 투어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비거리는 점점 줄어들어 지난 시즌에는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가 270야드에 지나지 않았다.

21차례 대회에 출전한 톰스는 10번이나 컷오프를 당해 한계를 보였다.

다만 톰스는 스매시팩터가 1.50으로 나타나 투어에서 가장 정확하게 볼을 맞히는 선수라는 사실을 기록으로 입증했다.

시속 101.87마일의 느린 스윙 스피드로도 270야드를 날린 비결은 역시 정확성인 셈이다.

통산 4승을 올린 히스 슬로컴(미국)도 스윙 스피드는 거북이다.

지난 시즌 헤드 스피드는 시속 103.6마일이다.

드라이브샷 평균 비거리도 고작 275.8야드에 그쳤다.

역시 노쇠한 기색이 역력한 마흔한살의 슬로컴은 작년에 짧은 비거리 탓인지 한번도 톱10 입상 없이 바닥권으로 처졌다.

1997년 브리티시오픈을 제패한 저스틴 레너드(미국) 역시 한번도 장타자 반열에는 올라보지 못했다.

그는 톰스 못지않은 교타자로 손꼽힌다.

워낙 스윙 스피드가 느렸던 레너드는 마흔세살이던 지난해 헤드 스피드가 104.1마일을 찍었다.

드라이브샷 평균 비거리는 271.6야드로 투어 선수 가운데 182위였다.

그 역시 지난 시즌에 겨우 8번 컷 통과 기록을 남겨 사실상 은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