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슨 데이
제이슨 데이
제이슨 데이(29·호주)는 눈물이 많은 남자다. 희귀질환(발작성 현기증)과 가난을 뚫고 세계 최강 프로골퍼로 떠오른 ‘불굴의 골퍼’답지 않게 눈물을 자주 흘린다. 지난해 8월 꿈에 그리던 첫 메이저 우승컵을 안겨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PGA챔피언십 마지막날 18번홀에서는 챔피언 퍼팅을 하기 위해 걸어가다 눈물을 쏟아냈다. 그는 “홀로 고생하신 어머니가 떠올라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고 했다.

◆‘가족이 우선’…석 달간 출전 안 해

그래서일까. 그의 가족 사랑은 각별하다. 그는 지난해 10월11일 인천 송도에서 끝난 프레지던츠컵 대회 이후 지금까지 대회 출전을 모두 중단했다. 둘째를 가진 아내 엘리 옆을 지키기 위해서다. 지난해 11월 딸 루시가 태어나자 그는 루시 곁을 지켰다. PGA 2015~2016시즌이 10월 중순부터 시작됐지만 그의 거의 유일한 외부 활동은 아들 대시(3)에게 골프를 가르치는 일이었다. 그는 틈나는 대로 친구들에게 “대시가 내 피를 물려받은 것 같다”며 자랑했다.

대가는 치러야 했다. 가족을 끼고 살았던 데이가 9개의 정규대회를 흘려보내는 사이, 지난해 9월 말 생애 처음으로 올랐던 세계랭킹 1위 자리는 조던 스피스(23·미국)에게 넘어갔다. 스피스는 지난해 11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WGC시리즈 HSBC챔피언십과 12월 타이거 우즈(41·미국)가 주최한 히어로월드챌린지 대회에 나가면서 포인트를 챙겼다. 세계랭킹 1위 경쟁의 한 축인 로리 매킬로이(27·북아일랜드)도 유럽프로골프투어에 나가며 샷을 가다듬었다. 이번엔 그의 차례가 왔다.

◆‘제왕 가리자’…최강 경쟁 본격 점화

리키 파울러
리키 파울러
제이슨 데이가 석 달간의 긴 휴식을 끝내고 2016년 첫 대회에 출격한다. 오는 8~11일 하와이 카팔루아 플랜테이션코스(파 73·7452야드)에서 열리는 현대토너먼트오브챔피언스 대회(총상금 590만달러)가 그 무대다.

목표는 우승상금 114만달러와 세계랭킹 1위 자리 탈환이다. 이 대회에는 가장 강력한 라이벌 스피스도 출전한다. 둘 사이의 랭킹 포인트 차이는 0.57점에 불과하다. 세계랭킹 1, 2위의 공식 맞대결은 2015 프레지던츠컵 이후 3개월여 만이다.

현대차가 2011년부터 후원해온 이 대회는 2015시즌 주요 대회 우승자들을 초청한다는 점에서 ‘왕중왕전’ 성격을 띤다. 올해에는 지난해 4대 메이저대회 우승자가 모두 나선다. 마스터스와 US오픈을 연이어 제패한 스피스, PGA챔피언십에서 첫 메이저 우승컵을 들어올린 데이, 브리티시오픈(디오픈) 챔피언 잭 존슨이 그들이다. 여기에 ‘제5의 메이저’로 불리는 PGA플레이어스챔피언십 우승자 리키 파울러와 이 대회 디펜딩 챔피언 패트릭 리드, ‘장타 형제’로 불리는 더스틴 존슨, 버바 왓슨도 이름을 올렸다.

최경주(46)와 양용은(44) 등 한국 남자골프의 간판스타들은 이 대회에 출전하지 않는다. 다만 지난해 1승씩을 챙긴 재미 동포 제임스 한(35)과 뉴질랜드 동포 대니 리(26)가 출전해 올해 첫 승에 도전한다. 제임스 한은 지난해 2월 노던트러스트오픈에서 생애 첫 승을 거머쥐었고, 대니 리는 7월 그린브라이어클래식에서 역시 PGA투어 첫 승을 따냈다.

한편 현대차는 올해 대회를 끝으로 이 대회 후원을 종료하고 PGA투어의 다른 대회 후원을 검토하고 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