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버를 멀리 치는 장타자들의 문제점 중 하나가 낮은 정확도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2016시즌 개막전인 현대차중국여자오픈 챔프 박성현(22·넵스)도 그렇다. 2015시즌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 1위(254.28야드)인 그의 페어웨이 적중률(드라이버샷이 페어웨이에 떨어지는 확률)은 66.48%에 불과하다. 투어 최하위인 123위다.

문제 상황에서 아이언샷이 발달하는 건 장타자에게서 발견되는 또 다른 역설이다. 박성현도 그렇다. 올 시즌 그린 적중률이 76.98%로 전체 6위다. 긴 러프에서든, 오르막·내리막 경사에서든 10개의 샷 가운데 7~8개 정도는 그린에 올려놓는다는 얘기다. 결점을 메우기 위해 ‘자기 진화’가 작동한 셈이다.

이번 개막전에서도 아이언이 좋았다. 그린 적중률이 평소보다 좋은 83.3%로 전체 출전 선수 중 2위였다. 트러블 탈출도 잘됐다. 특히 사흘간의 라운드 도중 ‘발끝 오르막 샷’(어드레스 때 공이 발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상황)이 여러 차례 있었는데, 이때도 성공적으로 공을 그린에 올려 사흘간 버디 20개를 잡아내는 데 도움이 됐다.

발끝 오르막 샷은 스윙궤도가 낮아 당겨치는 훅이 많이 나온다. 프로들이 페이드샷을 일부러 치거나 애초에 그린 오른쪽을 조준하는 것도 그래서다. 대개 공을 평소보다 약간 오른쪽에 놓고, 클럽 페이스도 살짝 열어 친다. 클럽도 짧게 잡되 평소보다 1~2클럽 긴 것을 잡는 게 보통이다.

가장 실수하기 쉬운 대목이 몸의 무게중심이다. 뒤로 넘어지지 않으려고 발끝 앞쪽에 지나치게 무게를 둬 뒤땅이 많이 나온다. 임팩트 순간 앞으로 쏠리기 때문이다. 실전에서는 무릎과 상체를 세워 약간 뻣뻣하게 일어서서 치는 듯한 느낌으로 스윙해야 방향성이 좋다는 게 많은 프로의 조언이다. 박성현은 “테이크백과 백스윙을 완만하게 하고 쓸어치는 느낌으로 해야 당기는 샷이 줄어든다”고 했다. 조도현 프로는 “가파른 경사에선 하체를 가능한 한 쓰지 않는 게 좋다”며 “피니시도 자제해야 안전하다”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