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포구 여행
거제 몽돌해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

거제 몽돌해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

포구(浦口)는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나간 어부의 만선(滿船)의 꿈이 영그는 곳이다. 포구여행이 매력적인 것은 치열한 삶의 흔적이 그대로 느껴지면서도 바다의 감성을 만끽할 수 있어서다. 포구마다 다양한 먹거리가 기다리고 있어 여행의 재미를 더해준다. 색다른 여행을 하고 싶다면 겨울여행의 진수인 포구를 찾아 소박한 여행을 즐겨보자.

미식가들 불러모으는 거제도 외포항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이맘때면 경남 거제의 포구는 미식가들로 붐비기 시작한다. 겨울이면 한껏 기름기가 오르는 생선이며 조개를 맛보려는 미식가의 발걸음으로 유명한 식당들은 문턱이 닳을 지경이다. 도루묵과 숭어 등 겨울이면 맛이 드는 여러 해산물 중에서도 최고의 맛을 꼽으라면 단연 굴과 대구가 아닐까. 향긋한 굴구이와 시원하면서도 얼큰한 대구탕 한 그릇이면 코끝을 얼리는 차가운 겨울 바람이 오히려 고맙게 느껴진다.

향긋한 굴구이와 시원한 대구탕

거제의 겨울 별미 굴구이

거제의 겨울 별미 굴구이

거제는 굴구이와 대구요리 등 싱싱한 겨울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대표적인 겨울별미 여행지다. 여행의 시작은 거제면 내간리에 자리한 굴구이집이다. 굴 하면 이웃한 통영을 떠올리지만, 거제에서도 통영 못지않게 굴이 많이 생산된다. 통영에서 신거제대교를 넘어 호곡, 녹산, 법동 등지를 지나 내간리까지 이어지는 1018번 지방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해안에 굴 양식을 위한 지주들이 끝 간 데 없이 꽂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내간리 해안에 굴구이를 내는 집이 모여 있다. 굴구이를 주문하면 맛보기로 생굴이 나오고 곧이어 굴튀김과 굴무침이 가득 담긴 접시도 놓여진다. 고추, 파와 함께 바삭하게 튀긴 굴튀김은 일식집에서 맛보던 그것과는 또 다른 맛을 낸다. 매콤한 맛이 이마와 콧등에 송글송글 땀을 맺히게 한다. 각종 채소와 함께 버무려 매콤새콤한 굴무침은 젓가락질을 바쁘게 만든다.

굴무침과 굴튀김을 다 먹었을 때면 커다란 철판 하나가 불 위에 올려진다. 뚜껑을 열어보면 껍데기를 까지 않은 생굴이 가득 담겨 있다. 가장자리에 검은 테두리가 선명한데, 이는 굴이 싱싱하다는 증거다. 거제 굴구이는 구우면서 동시에 찌는 방식. 5분 정도 익혀서 장갑을 끼고 칼로 껍데기를 까서 먹는다.

굴껍데기를 까보면 육즙이 가득 고여 있다. 칼로 굴을 살짝 들어내면 탱글탱글한 굴이 보기에도 먹음직스럽다. 특유의 진한 굴향도 후각을 강하게 자극한다. 초장에 살짝 찍어 입으로 가져가면 짭조름한 맛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굴 자체에 간이 되어 있어 양념을 찍지 않고 그냥 먹어도 맛있다. 거제의 굴구이 집 대부분은 굴구이, 굴죽, 굴국밥 등 다양한 굴요리를 파는데, 굴구이 세트를 시키면 굴구이와 굴튀김을 비롯한 다양한 굴요리를 코스로 먹을 수 있다.

거제의 또 다른 겨울 별미는 대구다. ‘눈 본 대구, 비 본 청어’라는 속담이 있다. 찬바람이 부는 겨울은 대구에 맛이 제대로 드는 때다.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는 대구 산란기인데, 이때 잡히는 대구는 알을 잔뜩 품고 있어 천하일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포항에는 대구 요리를 내는 식당 10여곳이 늘어서 있다. 대구탕 거리로도 불린다. 대구는 회나 찜도 좋지만, 이맘땐 탕만 한 게 없다. 뽀얀 국물이 언뜻 보기에는 꼭 곰탕 같지만 국물은 구수하면서도 시원하다. 소금만으로 간을 해 깊고 그윽한 맛을 낸다.

바람의 언덕 거가대교 등 볼거리도 풍성

거제는 국내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350㎞가 넘는 해안선을 따라 바다와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비경이 펼쳐진다. 거제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광을 꼽으라면 아마도 신선대와 ‘바람의 언덕’일 것이다.

해금강 가는 갈곶리 도로 오른편에 신선대, 왼편에 바람의 언덕이 자리한다. 신선대는 신선이 내려와 풍류를 즐겼다고 할 정도로 해안 경관이 절경이다. 파도가 쉴 새 없이 밀려와 기암괴석에 부딪혀 하얗게 부서지는 모습이 감탄을 자아낸다. 바람의 언덕은 갈곶리 도장포마을 북쪽 해안에 있는 언덕으로, 사시사철 바닷바람이 분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바다와 풍차가 어우러진 이국적인 경치가 매력적이다.

신선대 입구의 해금강테마박물관(hggmuseum.com)은 가족들과 함께 돌아보기 좋은 곳이다. 1950~1980년대 생활상을 볼 수 있는 곳으로 다이얼식 공중전화, 대폿집 풍경을 재현한 전시장, 난로 위에 놓인 알루미늄 도시락 등 ‘그때 그 시절’을 구경하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거가대교도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장목면과 부산 가덕도를 연결한 4.5㎞의 사장교로 일출과 일몰을 감상하기에도 좋다. 거제시청 관광과 (055)639-4173

속초항서 도루묵 찌개 한그릇…꽉찬 양미리 알이 입안에 '톡톡'
동해바다 겨울 별미, 속초항 양미리와 도루묵


도루묵찌개

도루묵찌개

노릇노릇 고소한 도루묵구이, 얼큰한 도루묵찌개, 술안주로 일품인 양미리구이, 짭짤한 밑반찬 양미리조림까지….

지금 강원 동해안 일대 횟집과 식당 어디나 양미리와 도루묵이 지천이다. 특히 속초항은 방금 잡아온 양미리와 도루묵을 즉석에서 구워 먹는 포장마차가 아침부터 문전성시를 이룬다.

둘이서 1만원이면 양미리 13~15마리와 도루묵 서너 마리를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살 반, 알 반’인 알배기 도루묵구이는 뜨거울 때 손으로 들고 후룩후룩 먹는 것이 요령. 고소한 살이 입안에서 살살 녹고 탱탱한 알은 톡 터진 뒤 쫀득하게 씹힌다.

인근 동명항과 속초등대전망대, 등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국립산악박물관, 아이들이 좋아하는 테디베어팜, 경관이 수려한 설악산 신흥사, 속초 특산물과 별미를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는 속초관광수산시장을 연계해 여행하면 좋다.

속초시청 관광과 (033)639-2541


포구별미여행 6選

화성 주민이 즐겨 먹는 간재미…오독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
왕의 들녘 궁평(宮坪)항서 맛보는 간재미


간재미

간재미

당성이 있는 경기 화성은 삼국시대부터 중국 등을 오가는 국제적인 무역의 거점이었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신라 경주로 이어지는 실크로드의 길목이기도 하다. 궁평항은 당성 서쪽의 항구로, 전곡항과 더불어 화성을 대표하는 항이다. 서울과 가까워 나들이를 겸한 미식 여행지로 인기다.

겨울에는 궁의 들이라는 궁평(宮坪)의 의미처럼 굴, 대하 등 제철 해산물이 풍성하다. 궁평항에는 수산물직판장이 있어 싱싱한 해산물을 구매하고 현장에서 맛볼 수 있다. 사람들은 대개 겨울 정취와 어우러진 조개구이를 떠올리지만 토박이들은 간재미를 먼저 맛본다.

상어가오리나 노랑가오리를 일컫는 간재미는 겨울철에 살이 두툼하고, 뼈가 딱딱하지 않아 오독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겨울에도 무침으로 즐겨먹는 이유다. 간재미탕 또한 별미다. 영화 ‘사도’의 흥행으로 융건릉, 용주사 등의 화성시 여행지도 각광받고 있으니 같이 돌아볼 만하다.

화성 궁평리정보화마을 (031)356-7339

울진여행은 겨울에 해야 제격…대게탕·물곰탕, 해장에 끝내 줘
울진 후포항의 겨울 진객, 대게탕


대게탕

대게탕

경북 울진 여행은 겨울에 해야 제격이다. 시린 동해바다에서 건져 올린 겨울의 진객 대게 때문이다. 대게철이 시작되는 12월이면 후포항은 하루 종일 분주하다. 대게를 실은 어선이 포구로 들어오면 곧장 경매가 시작되고, 낙찰받은 대게는 전국 각지로 실려 나간다. 먼 거리를 한달음에 달려 울진의 겨울을 맛보러 온 여행자를 위해 후포항이 준비한 겨울 별미는 대게탕과 물곰탕이다. 대게는 찜으로 먹는 게 정석이지만 탕으로 먹어도 일품이다. 얼큰하면서도 달큼한 국물이 추위에 언 몸을 녹여준다. 물메기를 울진 일대에서는 물곰이라고 부르는데 뽀얗게 끓여낸 물곰탕은 해장으로 그만이다. 부드러운 살점이 국물과 함께 후루룩 넘어간다.

후포항의 활기찬 경매 구경도 하고, 울진대게·붉은대게홍보전시관에서 대게에 관한 알찬 전시도 챙겨보자. 시원하게 펼쳐진 동해를 감상하며 해안 드라이브를 즐기고, 백암온천에서 뜨거운 온천탕에 몸을 담그는 것으로 울진 여행을 마무리하자.

울진군청 문화관광과 (054)789-6902

전남 고흥 겨울철 진객 삼치…회 한점 입에 넣으면 살살 녹아
삼치를 맛보다…전남 고흥 나로도항


삼치회

삼치회

바람이 차가워지는 겨울 전남 고흥 나로도항에는 입에서 살살 녹는다는 겨울철 진객 삼치가 기다린다. 일제강점기 때부터 삼치파시가 열렸고, 1960~1970년대까지 삼치수출선으로 호황을 누렸던 곳이다. 지금은 예전만 못하지만 변함없이 삼치배가 드나들고, 삼치경매가 열린다. 나로도항에서 삼치를 대면하는 순간 두 번 놀란다. 1m 안팎의 거대한 삼치에 한 번 놀라고, ‘입 안에서 살살 녹는’ 삼치회의 맛에 한 번 더 놀란다. ‘고흥은 우주다’라는 고흥군 슬로건이 겨울에는 ‘고흥은 삼치다’로 바뀌는 듯하다.

이순신 장군이 발포만호로 수군에 처음 부임했던 발포리에는 발포역사전시체험관이 있고, 팔영산을 중심으로 남열해변, 고흥우주발사전망대, 팔영산자연휴양림 등이 있어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수려한 풍경과 역사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고흥군청 문화관광과 (061)830-5347

회로 먹고, 데쳐 먹고, 탕으로…키조개 산지 장흥은 별미 천국
키조개, 석화, 매생이…전남 장흥 수문항


키조개

키조개

전남 장흥에 가면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키조개, 석화(굴), 매생이 등 바다 별미가 푸짐하게 쏟아진다. ‘장흥’하면 먼저 명함을 내미는 게 키조개다. 안양면 수문항 일대는 키조개의 산지로 유명한 곳이다. 어른 얼굴 만한 키조개는 회로 먹고, 살짝 데쳐 먹고, 탕으로 먹는다. 키조개와 함께 한우, 표고버섯이 궁합을 이룬 장흥삼합은 이곳 명소인 정남진장흥토요시장에서 맛볼 수 있는 주요 메뉴다.

장흥의 겨울 포구를 빛내는 조연은 석화와 매생이다. 남포 일대가 자연산 굴로 명성이 높다면 죽청 해변에는 양식 굴구이 집들이 늘어서 있다. 웰빙음식의 반열에 오른 매생이국은 속풀이에도 안성맞춤이다. 장흥 앞바다 득량만의 풍요로운 갯벌은 바다 먹을거리를 잉태하는 훌륭한 자양분이 됐다. 토요시장의 낙지국밥 역시 장흥의 숨은 별미다. 장흥에서는 보림사 등을 두루 둘러보면 좋다.

장흥군청 문화관광과 (061)860-0224

충주서 맛보는 참매자조림…자작하게 조린 맛에 '캬~'
남한강이 내어준 충주의 맛, 민물고기 매운탕


참매자조림

참매자조림

남한강이 흐르는 충주는 포구가 발달한 고장이다. 참매자조림과 새뱅이탕은 충주 민물고기 매운탕집의 대표 메뉴다.

참매자조림은 목계나루 인근에서 맛볼 수 있다. 참매자는 충주 사람들이 참마자를 일컫는 말이다. 시래기와 함께 자작하게 조린 맛이 일품이다.

새뱅이탕은 중앙탑공원 인근에서 맛볼 수 있다. 새뱅이탕의 주재료는 충주댐에서 잡은 징거미. 요즘은 징거미가 부족해 보리새우를 함께 사용하기도 한다. 새우의 맛이 우러나 시원하고 개운한 새뱅이탕은 민물고기 특유의 맛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충주 포구의 역사를 알 수 있는 목계나루 강배체험관, 짜릿한 손맛을 느낄 수 있는 충주호의 낚시터, 충주 문화체험의 중심지인 중앙탑공원 등도 함께 돌아보기 좋은 여행지다.

충주시청 관광과 (043)850-6723

거제 포구엔 맛도 있고 낭만도 넘치고

거제 포구 여행 정보

서울~거제 간 고속버스는 하루 28회. 거제까지는 4시간 20분이 걸린다. 승용차로 가려면 대전~통영 고속도로를 타고 거제에서 신거제대교를 건너 1018번 지방도를 타면 된다. 숙소는 장승포로에 있는 라이트하우스호텔(055-681-6362)이 좋다. 굴요리를 제대로 하는 집은 원조거제굴구이집(055-632-4200)이다. 굴회는 물론 굴구이도 맛있다. 대구탕은 외포효진횟집(055-635-6340)과 양지바위횟집(055-635-4327)이 잘한다. 거제시는 다음달 19~20일 외포항 일대에서 거제 대구수산물축제를 개최한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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