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지·이정민·박성현…마지막조 빅3 '희비 교차'
‘이번이 마지막 기회야!’

13일 경기 용인시 레이크사이드CC. 빗속에 선 선수들은 결연했다. 연속으로 버디를 잡아도,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서도 환호하지 않았다. 대신 입을 앙다물었다. 투어 데뷔 후 한 번도 잡아보지 못했던 우승 기회를 어쩐지 날릴 것 같은 불안감 때문이었다. 이런 절박함 덕분일까.

◆“우승컵 좀…” 무명들 빗속 선전

‘무명’들이 악천후를 뚫고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시즌 마지막 대회인 조선일보-포스코챔피언십 1라운드를 달궜다. 우승 경험이 없는 김보아(20·볼빅) 장수연(21·롯데)이다. 이들은 이날 나란히 6언더파 66타를 쳐 공동 선두에 올랐다. 최혜정(24) 배희경(23·호반건설) 등 역시 우승이 없는 공동 3위 그룹에 한 타 앞선 성적이다.

투어 2년차인 김보아는 올해 28개 대회에 참가해 여섯 번이나 예선에서 탈락했다. 최고 성적은 지난 7월 금호타이어여자오픈 공동 4위. 첫 승 가능성은 좀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는 샷을 교정하느라 힘든 한 해를 보냈다. 하지만 이날은 그린적중률 100%를 기록할 만큼 샷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보기 없이 버디만 6개를 뽑아낸 김보아는 경기를 마친 뒤 “추운 날씨를 좋아하는데 오늘 경기에 몰입할 수 있는 날씨였다. 교정한 샷이 점차 몸에 익은 데다 그린이 비에 젖어 공을 잘 받아준 것도 타수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버디 7개, 보기 1개를 기록한 장수연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핀을 보고 공격적으로 샷을 날렸다. 마지막 라운드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6월 비씨카드·한경레이디스컵 결승에서 생애 첫 승 기회를 잡았지만 ‘거물’ 장하나(23·비씨카드)에게 밀려 공동 2위에 그치면서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루키 박지영 ‘신인왕 보인다’

관심을 모았던 ‘빅3’의 대결에선 박성현(22·넵스)이 일단 우세승을 거뒀다. 전인지(21·하이트진로) 이정민(23·비씨카드)과 한 조로 대회를 시작한 박성현은 버디 4개와 보기 2개로 2언더파 공동 16위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다승·상금·평균 타수·대상 등 전 부문 타이틀 석권을 노리는 전인지는 3오버파 75타를 쳐 최하위권인 공동 64위로 처졌다. 평소 성공률이 100%에 가까운 2m 안팎의 짧은 거리 퍼팅도 놓치는 등 몸 컨디션이 정상과는 거리가 있었다.

디펜딩 챔피언인 전인지는 어깨 부상으로 이달 초 재활에 들어간 지 2주 만에 대회에 출전했다. 그는 “아직 2개 라운드가 남아 있다. 순위를 더 끌어올려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인지는 상금왕과 다승 부문 1위를 확정한 상태다. 이번 대회 결과에 따라 평균 타수와 대상 포인트까지 석권할지가 결정된다.

이정민은 1언더파로 조윤지(24·하이원리조트) 고진영(20·넵스)과 공동 24위에 자리했다. 이정민은 대상 포인트에서 408점으로 전인지(435점)에 뒤처져 있지만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뒤집기가 가능하다. 이번 대회는 우승자에게 대상 포인트 50점을 준다.

신인왕 포인트 1위 박지영(19·하이원리조트)은 1언더파로 공동 24위에 올라 2오버파를 친 김예진(20·요진건설)을 3타 앞서며 신인왕 타이틀에 바짝 다가섰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