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꼽 부분에 퍼터 그립 끝을 대고 퍼팅하는 이른바 '벨리 퍼터'가 내년1월부터 미국프로골프(PGA)투어를 비롯한 공식 경기에서 퇴출된다.

'벨리 퍼터' 사용 금지는 이미 예고됐던 것이다.

2012년 11월에 2016년 1월부터 금지된다는 사실이 발표됐다.

'벨리 퍼터'를 애용하던 선수들은 빠르면 2년 전, 늦어도 올 하반기부터 '벨리 퍼터'를 버리고 보통 퍼터 적응에 나섰다.

PGA투어에서 '벨리 퍼터'를 사용하던 정상급 선수는 애덤 스콧(호주), 웨브 심프슨, 키건 브래들리(이상 미국)을 꼽는다.

셋은 '벨리 퍼터'로 메이저대회 우승을 일궜다는 공통점이 있다.

2012년 브리티시오픈에서 '벨리 퍼터'를 들고 나와 우승한 어니 엘스(남아공)까지 합쳐 '벨리 퍼터 4인방'으로 부르기도 한다.

'벨리 퍼터' 덕을 톡톡히 본 이들은 일반 퍼터 적응이 쉽지 않다.

시즌 초반 '벨리 퍼터'와 이별한다던 스콧은 발스파챔피언십 컷 탈락에 이어 베이힐 인비테이셔널에서 공동35위로 밀리자 마스터스에서 '한시적'이라는 조건을 달았지만 다시 '벨리 퍼터'를 손에 잡았다.

하지만 마스터스 이후에도 그는 '벨리 퍼터'와 단호하게 이별하지 못했다.

스콧은 프레지던츠컵 때 비로소 '벨리 퍼터'와 작별했다.

스콧은 "시즌 중에는 아무래도 일반 퍼터 적응 훈련에 시간과 정성을 충분히 할애하지 못했다"면서 프레지던츠컵 때에야 일반 퍼터로 내내 경기했다.

대학을 다니던 2004년 벨리 퍼터의 마력에 빠진 심프슨은 PGA투어에서 벨리 퍼터를 들고 승승장구했다.

2011년 2승을 올렸고 이듬해 US오픈을 제패하면서 세계랭킹 5위까지 올랐다.

심프슨은 작년 12월 '벨리 퍼터'를 버리고 일반 퍼터를 손에 쥐었다.

하지만 2015년 내내 퍼팅 부진으로 애를 먹어야 했다.

한차례 준우승을 포함해 '톱10'에 5차례 입상하는데 그친 심프슨은 상금랭킹 48위라는 그저그런 성적을 내고 말았다.

샷은 나쁘지 않았지만 하위권을 맴돈 퍼팅에 발목이 잡힌 결과였다.

2015-2016 시즌 두차례 대회에서도 심프슨은 컷 탈락과 공동56위라는 초라한 성적을 받아들었다.

심프슨의 퍼팅은 '벨리 퍼터'를 쓰던 지난 3시즌에 비해 눈에 띄게 나빠졌다.

심프슨은 "퍼터 교체가 참 쉽지 않다"면서 "1년 정도는 헤맬 것이라 각오는 했다"고 털어놨다.

2011년 PGA챔피언십 우승자 브래들리도 심프슨처럼 일찌감치 '벨리 퍼터'를 손에서 놓고 일반 퍼터 적응에 공을 들였다.

하지만 일반 퍼터를 쓴 올해 성적은 신통치 않다.

우승 없이 '톱10' 세번에 상금랭킹은 60위에 그쳤다.

퍼팅이 투어 선수 가운데 바닥권인 169위에 그친 탓이다.

브래들리는 "차츰 나아지고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얻고 있다"고 말했지만 입맛이 쓴 것은 사실이다.

'벨리 퍼터' 금지에 타격을 입은 선수는 스콧, 심프슨, 브래들리 등 메이저 챔피언 뿐 아니다.

'벨리 퍼터' 금지를 불과 두달반 가량 남기고 열린 PGA투어 프라이스닷컴에 '벨리 퍼터'를 들고 출전한 브렌든 스틸(미국)은 "8년 동안 쓰던 벨리 퍼터를 내려놓으니 도무지 퍼팅이 안되더라"고 말했다.

배꼽에 그립을 대는 '벨리 퍼터'는 아니지만 퍼터 끝을 턱에 고정시킨 채 퍼팅하는 롱퍼터를 18년 동안 써온 시니어 투어의 강자 베른하르트 랑거(독일)는 여전히 불만이다.

'벨리 퍼터'와 마찬가지로 퍼터 일부를 신체에 접촉하는 롱퍼터 역시 금지 대상이다.

랑거는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라면서 "하이브리드 클럽도 다 금지하고 퍼시먼 우드를 쓰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3년이라는 유예 기간에도 '벨리 퍼터'의 마력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선수들은 골프 인생에 새로운 도전을 맞은 셈이다.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