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불펜 멀고 내·외야 일반석 간격 좁아

한국 야구의 새로운 지평이 될 고척스카이돔(고척돔)이 15일 완공 후 처음으로 그 자태를 내보였다.

서울시는 이날 오후 기자단을 초청해 내·외부 시설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고인성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은 "1965년 세계 최초 돔구장인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애스트로돔이 문을 열었고, 1988년에 일본 도쿄돔이 생긴 지 27년 만에 우리도 돔구장을 갖췄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2007년 7월 사업을 시작해 8만 3천476㎡ 연면적 위에 지어진 고척돔에는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고스란히 담겼다.

애초 구상 때 공사비 530억원, 2만2천석 규모였던 설계는 공사가 끝나면서 공사비 1천948억원, 1만8천92석 규모로 바뀌었다.

원래 하프돔으로 지으려다가 전면돔 형태로 변경되면서 공사비가 많이 올랐고, 수익성을 고려해 편안한 고가 좌석을 늘렸다.

아마추어 야구장에서 프로 경기를 고려한 설계가 가미되면서 불펜과 더그아웃도 생겼다.

프로 구단의 경기가 고척돔에서 열린다고 가정할 때 우려되는 부분은 '공간에 대한 고민'과 맞닿아 있다.

무엇보다 지하 깊숙이 자리한 불펜은 그라운드와 너무 멀다.

고척돔 준공 전까지 국내 유일의 지하 불펜이 있던 청주구장 지상에서는 불펜을 바로 내려다볼 수 있다.

일종의 '반지하'다.

고척돔 지하 불펜은 더그아웃에서 계단 26칸을 내려가야 나온다.

외부와 단절된 곳에서 불펜 투구에 집중할 수야 있겠지만 선수가 긴 계단을 급히 뛰어 올라오다가 다치는 상황도 그려볼 수 있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내·외야 일반석은 가득 들어찬 관중의 만족도를 낮출 수 있다.

전체 좌석 중 푹신한 소파 의자가 있는 다이아몬드석 304석, 스카이박스 216석, 내야 테이블석 524석을 제외하면 일반석은 내야 1만1천657석, 외야 5천314석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앞뒤 좌석 간격은 내야 일반석이 55㎝, 외야 일반석이 46㎝에 불과하다.

성인 남성이 앉으면 앞자리 등받이에 무릎이 붙어 사람이 지나다닐 수 없다.

가로로 10석 이상이 중간 통로 없이 붙어 있는 곳이 많아 만원 관중 상태에서 이동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으로 보인다.

잠실이나 목동구장처럼 거대한 스포츠컴플렉스에 지어진 것이 아니다 보니 야구장 밖의 배후지가 적어 경기 종료 후 관중이 퇴장할 때 혼잡이 빚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물론 고척돔만의 자랑거리도 있다.

돔구장의 특성을 십분 살려 그물망을 철제 포스트에 거는 대신 천장에 매달았다.

철골 구조물이 없는 데다가 그물망 자체도 기존 3㎜가 아닌 1㎜ 두께의 고강도 섬유망을 써서 한결 시야가 좋다.

외야 안전펜스 두께는 메이저리그 규정인 7㎝보다 2배 이상 두꺼운 15㎝다.

메이저리그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설치한 돔구장 전용 인조잔디와 메이저리그 전용 흙, 포수 뒤 14m 거리에 놓인 다이아몬드석은 야구 보는 재미를 한층 높여줄 것이다.

공사 과정에서 여러 논란을 낳았던 고척돔은 이제 준공을 거쳐 11월 공식 개관식을 앞두고 있다.

이날 첫 공개를 기념해 열린 여자야구 국가대표팀과 서울대 야구부의 고척돔 비공식 첫 경기처럼 순조로운 진행이 가능해지려면 앞으로 많은 실험과 연구도 함께 이뤄져야 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j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