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위기에 빠진 건 건전한 리더십 부재 탓…투명한 절차 도입해야"

정몽준(64)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은 17일 "FIFA를 축구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축구 팬들에게 온전히 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 명예회장은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FIFA 회장 선거 출마를 공식 발표한 뒤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FIFA 조직을 개혁해 정당한 과정과 절차를 제도적으로 정착시켜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FIFA 조직이 부패한 것은 제프 블라터 회장의 1인 통치, '원맨쇼'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시스템 개혁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차기 FIFA 회장 선거는 내년 2월 26일 스위스 취리히의 FIFA 본부에서 치러진다.

이번 선거는 정 명예회장과 프랑스 축구스타 출신의 미셸 플라티니(60)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 간 양강 구도가 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점쳐지는 가운데 지난 FIFA 회장 선거에서 블라터 현 회장과 맞붙은 알리 빈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도 출마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 FIFA에 어떤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 FIFA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조직을 개혁할 수 있어야 한다.

상식과 투명성과 책임성을 되살려 놓을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한다고 생각한다.

FIFA가 위기, 혼란에 빠진 것은 이런 건전한 리더십의 부재 때문이다.

FIFA를 개혁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한 때이다.

-- FIFA 부패의 근원을 무엇이라고 보나.

▲ FIFA에서 처음 일을 시작했던 20년 전에 나는 월드컵 마케팅과 중계권을 위한 입찰과 계약 협상 절차의 재검토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월드컵 마케팅과 TV 중계권 계약의 결정이 막후에서 일부 인사들에 의해 좌지우지되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투명한 절차의 도입이 관건이라고 본다.

-- 아시아축구연맹, 남미축구연맹, 스코틀랜드 등이 플라티니 지지를 선언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는데.
▲ 유럽축구연맹이 플라티니가 6개 축구연맹 가운데 4개 연맹의 지지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내가 미국에서 플라티니를 만나서 4개 연맹 지지받아서 축하한다고 했더니 그가 웃으면서 6개 전부 지지라고 해서 더 축하한다고 말해줬다.

그런데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과 아프리카축구연맹이 그런 말을 한 적 없다고 하지 않았나.

셰이크 살만 빈 에브라힘 알 칼리파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이 AFC가 플라티니를 지지하기로 한 것처럼 말했으나 이는 틀렸다.

셰이크 살만 AFC 회장이 자기 입장을 말한 것이지 AFC 견해를 밝힌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상식적으로 봐서 셰이크 살만 AFC 회장이 아시아 대륙 후보인 나를 먼저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셰이크 살만 AFC 회장과 조만간 만나기를 원한다.

아시아가 그러는게 문제다.

많은 사람이 현실 세계 변화에 대해 관심은 있는데 이해하고 생각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선거일까지) 한 6개월 남아 있으니 적절한 시간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을 돌며 노력할 것이다.

-- 플라티니 후보의 장단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 플라티니는 좋은 축구 선수 출신이다.

나한테는 좋은 친구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현재 FIFA가 얼마나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는지 잘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게 생각한다.

플라티니는 FIFA의 부패 문제에 대해 몰랐던 사실이라고 얘기하는데 그런 말로는 안된다.

플라티니는 요즘 블라터를 적이라고 하면서 각을 세우고 있지만 두 사람은 지도자와 피보호자,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로 비유된다.

그런데 어떻게 플라티니가 블라터를 비난하고 적이라고 말할 수 있나.

플라티니에게 건전한 상황이 아니다.

플라티니는 아직 젊으니 이번 FIFA 회장 선거에 후보로 나오지 않는 것이 낫다.

내가 부패 문제에 대해 뭘 했느냐고 하면 나는 전력을 기울였다고 말하겠다.

블라터에게 마스터카드, 비자 등과 후원계약의 문제를 얘기한 사람은 내가 유일했다.

FIFA 회장의 급여와 보너스를 공개할 것도 주문했다.

FIFA 집행위원회 투표는 비밀투표로 진행되는데 플라티니 혼자 위반하기도 했다.

그런 것을 보면 이해가 안 된다.

-- 플라티니와 최근 만나 어떤 얘기를 나눴나.

▲ 최근 조지아에서 만났고 그 자리에서 직설적으로 얘기했다.

사적인 대화라 공개하긴 어렵지만 신중하게 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 FIFA 선거운동 과정에서 어떤 점을 내세울건가.

▲ 현재 FIFA는 재정적으로 풍부하다.

부패가 없다면 재정의 여유가 더 많아질 것이다.

4년간 축구연맹들에 얼마를 줄 것이라고 구체적 숫자를 제시하지는 않고 합리적으로 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월드컵이 하계 올림픽과 비교해 TV시청자가 3배 이상 많다고 하는데 이는 월드컵 본선만 봤을 때 그렇고 대륙별 예선을 포함하면 그 차이가 더 엄청나다.

이런 기초를 제공하는 축구연맹에게 출혈을 강요하면 안 된다는 것이 상식적인 판단이다.

-- FIFA 개혁은 어디에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고 보는가.

출마선언 때 FIFA 개혁방안으로 회장과 집행기관, 사법기관 관계를 개혁하고 견제와 균형을 달성하겠다고 했는데, 누적된 문제를 해결하는데 실효적인 장치가 될 수 있다고 보나.

▲ FIFA를 축구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축구 팬들에게 온전히 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정당한 과정, 정당한 법적 절차를 제도적으로 정착시켜야 한다.

지금까지 그런 절차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이런 부패 문제가 생겼다.

지금 블라터 회장은 일상적인 업무를 하지않고 FIFA 사무국은 플라티니를 비판하는 자료를 언론에 돌렸다는데 엉망이다.

생각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제도적인 개혁과 상식이 필요하다.

내부적으로 한 사람이 '원맨쇼'를 하다 보니 이런 결과가 생긴 것이다.

-- 왜 이런 문제가 생겼다고 보는가.

▲ FIFA는 원맨쇼, 특정 인물의 1인 통치에서 벗어나지 못해왔다.

(블라터 회장이) 40년 권력에 취해서 그렇게 된 것이다.

절대권력은 절대부패하기 마련이다.

FIFA 총회에서 209개 회원국 대표들이 모여도 공평하게 발언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은 것이다.

-- 회장에 당선되면 4년 단임만 하겠다고 공약했는데 40년넘게 누적된 부패와 비리를 짧은 기간에 일소할 수 있다고 보나.

▲ FIFA의 누적된 부패를 척결하는데에는 1년의 시간만 주어져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4년이면 온갖 부패와 비리를 청산하고 조직의 부조리를 일신하는 한편 전세계 축구계를 화합으로 이끌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파리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sungjin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