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은 5일 "(세계 축구계의) 각 사람들을 좀 더 차분하게 만난 후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출마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정 명예회장은 이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열리는 독일 베를린으로 출국하는 길에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은 (세계축구계 인사들과) 오랜만에 만나는 것이고 많은 사람이 모이지만 서로 만나다보니 다들 바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번 독일 방문의 목적에 대해 "FIFA로서는 굉장히 어려운 때"라면서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을 만나 국제축구연맹(FIFA)의 현상태에 대한 인식과 수습방안에 대해 상의하겠다"고 밝혔다.

FIFA는 부패 스캔들의 몸통으로 지목된 제프 블라터 회장이 사임을 밝히고도 다음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 권력을 놓지 않으려 하는 가운데 차기 회장자리를 놓고 잠재적 후보들의 물밑 움직임이 계속되면서 복잡한 상황이다.

그 중 '반(反) 블라터'진영의 선봉에 섰던 플라티니 UEFA 회장은 차기 FIFA 회장으로 가장 유력한 인사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정 명예회장도 "플라티니는 UEFA회장으로서 많은 책임감을 느낄 것"이라면서 "유럽이 세계 축구의 중심이기 때문에 플라티니의 의견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플라티니 UEFA 회장의 출마 여부와 자신의 출마 사이의 관계에 대해 "그건 그때 가봐야 알 것"이라면서 "플라티니 뿐 아니라 아시아축구연맹(AFC)과 아프리카축구연맹(CAF) 회원국 임원 등 많은 사람들을 만나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던 블라터 회장에 대해서는 "블라터 회장도 당연히 초청돼 올 건데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울 것"이라면서 "우선 만나 위로의 말씀을 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앞서 정 명예회장은 미국 CNN 방송에 출연해 "블래터 사임은 불가피했다"면서 "정실인사가 문제이며, 블라터 회장이 하는 일에 무조건 동의해온 사람들도 모두 떠나야 한다.

전반적인 리더십 교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블라터의 처벌가능성에 대해 "권력과 책임은 함께 가는 것으로, 블라터 회장이 이 부끄러운 일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개혁대상이 개혁을 이끌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bschar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