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의 몸통'으로 전방위 압박을 받은 끝에 사임한 제프 블라터(79)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끝내 내려놓지 않으려 했던 FIFA 회장직은 돈과 명예, 권력을 동시에 쥘 수 있는 '축구 대통령' 자리다.

FIFA 회장은 한국이 속한 아시아축구연맹(AFC)과 유럽 명문구단들의 챔피언스리그로 유명한 유럽축구연맹(UEFA)을 비롯해 6개대륙의 축구연맹을 거느린 세계 축구계의 수장으로 한 나라의 대통령 못지않은 명예와 권한을 휘두르기 때문이다.

축구가 전세계적으로 인기있는 종목인 만큼 FIFA 회원국 수도 유엔가입국(193개국)보다 많은 209개국에 달한다.

FIFA는 4년마다 전 세계를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월드컵을 비롯해 여자월드컵과 대륙간컵, 유소년 월드컵 등 각종 대회를 연다.

FIFA회장은 이들 대회에서 수억달러가 걸려 있는 공식파트너 선정과 TV 중계권에 대해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거대 기업'인 FIFA의 재정을 관리하는 최고경영자(CEO) 역할도 맡는다.

FIFA 회장의 보수는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2002년 이미 반대파들로부터 400만달러(당시기준 약 51억원)의 연봉을 받는다는 공격을 받아왔다.

당시 블라터 회장은 자신의 연봉이 72만-84만달러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2011년 FIFA재정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과 관련한 총수익금이 6억3천100만 달러(약 7천74억 원)에 달할 정도로 이익이 막대하다.

당연직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되는 FIFA 회장은 외국방문시 국가원수에 준하는 대우를 받는다.

해당국은 공항에서 정부 고위관리들을 보내 영접하고 최고급 호텔과 차량, 그리고 수십명의 경호요원을 제공한다.

이밖에 FIFA 회장은 법적으로 연맹을 대표하고 총회와 집행위원회 등을 주재하면서 캐스팅보트를 갖는다.

블라터 회장은 17년간 지켜온 권좌에서 내려오길 거부했지만 부패사건 수사가 자신을 정조준하자 결국 사임을 발표했다.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bschar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