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KT위즈파크
수원 KT위즈파크
야구장에서 오케스트라 공연, 결혼식, 영화 관람까지….

야구장은 더 이상 ‘야구만 보는 곳’이 아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경기장이 부럽지 않은 최첨단 시설을 갖춘 야구장이 늘어나면서 단순히 스포츠만 관람하는 곳이 아니라 첨단시설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프로야구 구단들은 관중을 불러모으기 위해 야구장을 활용한 다양한 마케팅을 기획, 진행하고 있다.

○양대 통신사 야구장 경쟁

SK 행복드림구장
SK 행복드림구장
SK와이번스는 야구장에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를 도입했다. 홈구장을 찾는 팬들은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해 자신의 좌석을 찾을 수 있으며, 지정석에서 음식을 배달해 먹을 수도 있다. SK는 문학구장 명칭을 인천SK 행복드림구장으로 바꾸고 구장의 테마파크화를 추진하고 있다. SK 행복드림구장은 미국 메이저리그 수준의 음향설비를 구축하고 포수 후면석인 ‘라이브존’과 ‘라이브존 전용 라운지’를 마련해 관람객의 편의를 향상시켰다. 외야 스포츠바 ‘하이트클럽’에선 시원한 생맥주를 마시며 야구를 관람할 수 있다.

통신 라이벌인 KT도 경쟁적으로 야구장 시설 투자에 나섰다. 올해 프로야구 1군에 합류한 kt 위즈의 홈구장 수원KT위즈파크는 2만여명이 동시에 접속할 수 있는 와이파이(무선랜) 시설을 갖췄다. 스마트폰으로 전용 앱 ‘위잽(wizzap)’을 내려받으면 전국 구장에서 벌어지는 경기 중계를 고화질로 시청할 수 있으며 선수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관람권 예매는 물론 다양한 회원(멤버십) 서비스도 제공한다. 수원야구장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자연광에 가까운 플라즈마 조명을 설치했고 메이저리그식 더그아웃과 불펜, 라커룸도 마련했다.

KIA 챔피언스필드
KIA 챔피언스필드
KIA타이거즈는 지난 3월 홈구장인 광주챔피언스필드에서 현대자동차그룹오케스트라(HPO)와 함께 특별한 시즌 개막식을 열었다. 드넓은 야구장에서 오케스트라 공연을 할 수 있는 것은 챔피언스필드에 미국 메이저리그 구장 수준의 음향시설을 갖췄기 때문이다. KIA 구단은 이를 활용한 야구장 콘서트와 영화 상영, 결혼식 등도 기획하고 있다.

챔피언스필드는 메이저리그 구장 못지않은 홈팀 및 원정팀 라커룸, 다양한 테마 관람석 등을 갖췄다. KIA타이거즈는 올해 성적이 상승세를 탄다면 올 시즌 구단 사상 최다 관중을 동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메이저리그급 시설 갖춰

한화이글스는 매년 구장 시설을 개보수했다. 1990년대까지 광주구장과 함께 열악한 시설로 악명을 떨친 대전구장을 팬들을 위한 구장으로 만든다는 목표 아래 2012년부터 대대적인 보수 작업을 벌였다. 지난해에는 포수 후면석을 설치했고 외야 펜스를 높였으며 올해는 태양광 시스템을 경기장 곳곳에 설치해 친환경 야구장으로 거듭났다. 최근에는 미국 일본 야구장이 부럽지 않을 만큼 깨끗하고 세련되게 바뀌어 팀의 흥행을 함께 이끌고 있다.

내년에는 삼성라이온스의 새 구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대구 신축 구장은 2012년 12월27일 대구 연호동 대공원역 인근의 야구장 부지에서 기공식을 열고, 건립 중이다. 삼성은 낙후된 대구구장을 벗어나 2016시즌부터 ‘디자인 최적화, IT 최적화, 접근성 최적화’를 내건 새 구장에서 경기를 치르게 된다.

신축 구장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옥타곤(8각) 구조로 지어진다. 광주챔피언스필드와 마찬가지로 개방형 통로(콘코스) 형태로 건설돼 매점에 가서 줄을 서도 야구장 상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접근성도 좋다. 대구 지하철 2호선 대공원역과 연결된다. 주변에는 야구장 전용 왕복 4차로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1117대 규모의 주차장도 조성된다.

프로야구단이 모기업의 지원에서 벗어나 미국 메이저리그처럼 자립하려면 경기장을 이용한 마케팅이 필수라고 구단들은 입을 모은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선 경기장 매출이 구단 수입의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구단들은 야구장과 지역 관광명소를 연계한 테마 상품도 검토하고 있다. 야구장이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으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